[역경의열매] 조규환 (16) 나눔센터 설립… 도움 받다 지구촌 이웃 도와 뿌듯

입력 2010-03-31 21:08


은평천사원의 지난 51년을 보면 정부보다는 개인이나 민간기업 차원의 후원이 더 컸다. 그리고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외국인들의 후원이 많았다.

우리 천사원도 이제는 지난 세월의 지원에 대한 은혜 갚음에 나서고 있다. 그 중 하나는 1990년대 초 중국이 개방될 무렵 중국 옌지에 복지관을 짓고, 직원을 교육시켜 파송한 일이다. 2000년부터는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필리핀 등의 소외지역을 방문해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금활동도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우리는 10여년 전부터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성금을 보내고 있다. 1년 동안 천사원 내 교회에서 모금한 금액을 우간다와 캄보디아의 고아원으로 보낸다. 1950년대 한국의 많은 전쟁고아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모금활동 중 하나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수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스 주민들을 위해 처음으로 1만 달러 이상의 헌금을 보낸 일이다. 미국에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됐던 그때의 뿌듯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북한의 빈곤 지역에 1만 달러의 기금과 의약품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보다 조직적으로 해외원조 사업을 전개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2007년 8월 ‘나눔센터’를 개관했다.

천사원 나눔센터는 빈곤과 질병, 재난으로 인해 고통 받는 북한과 지구촌 어린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구호활동과 지속적 개발사업을 실행하는 기관을 지향한다. 또 나눔센터를 통해 우간다 고아원으로의 식품과 의료 지원사업도 매달 정기적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했고,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캄보디아 네팔 등 현지 봉사활동도 지원하게 됐다.

2008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천사원을 방문했을 때 그는 무슨 이야기 끝에 “우리나라가 창피하다”고까지 말했다. 경제 수준에 비해 한국의 해외 지원 수준은 너무나 열악하다는 의미였다. 반 총장은 한국의 이미지가 자칫 ‘받기만 익숙하다보니 남에게 베풀 줄은 모르는 나라’로 굳어질까 우려했던 것이다.

한국의 해외 파송 선교사 숫자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자원봉사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 원조를 위해 큰 돈을 쾌척하는 개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왕이면 한 핏줄인 국내 어린이들이나 가난한 청소년들을 돕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해외에 긍정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일 또한 국익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에이즈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의 경우, 의약품과 올바른 교육활동을 지원해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일을 막는 것이 절실하다. 또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우물을 파 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생존과 관련된 아주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닌 해외 국가들을 그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앞서 다른 선진국들이 우리가 당면해 있던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도 있는 것이다.

나눔센터는 이제 막 출범한 단계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때를 생각하면 천사원은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눈부시게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조를 받는 입장이었던 것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 만큼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정리=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