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입담은 구수하고 햇볕은 따사롭다
입력 2010-03-31 21:18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봄맛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4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삶의 현장에서 바다를 맛보는 포구여행’이라는 주제로 부안 격포항을 비롯해 영덕 강구항, 삼척 임원항, 서천 홍원항, 남해 미조항 등 5곳을 선정했다.활어회 등 별미를 찾아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항·포구로 여행을 떠나본다.
한국관광공사 포구여행 주제 ‘4월 가볼만한 곳’ 선정
◇격포항(전북 부안)=변산반도의 격포항은 줄지어 드나드는 어선들의 엔진과 어부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구수한 항구. 시원스럽게 펼쳐진 해변과 갯벌, 그리고 염전과 기암괴석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격포항은 위도 등 부안 앞바다의 섬으로 떠나는 여객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격포항 맞은편의 어시장은 싱싱한 어패류의 집합장소. 주꾸미와 바지락, 백합 등 부안 앞바다에서 나는 어패류가 값싸고 맛있다. 자연산 바지락을 시원하게 우려낸 바지락칼국수와 바지락죽, 그리고 쫄깃쫄깃한 백합이 입속 가득 씹히는 백합죽은 격포항이 자랑하는 향토음식.
격포항 인근의 채석강은 바닷물의 침식으로 해안절벽이 책을 쌓아올린 모습을 하고 있다. 격포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적벽강은 중국의 적벽강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석양 무렵 햇빛에 젖은 바위가 진홍색으로 물드는 장관을 연출한다(부안군 문화관광과 063-580-4395).
◇강구항(경북 영덕)=영덕대게의 집산지인 강구항은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쳐난다.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고 마디가 있어 대게라는 이름이 붙여진 영덕대게는 다리가 길고 속살이 꽉 차 있을 뿐 아니라 맛이 쫄깃쫄깃하고 향긋해 예로부터 임금의 진상품으로 올려졌다.
특히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3∼4월에 가장 맛이 좋아 전국의 미식가들을 강구항으로 불러들인다. 수백 마리의 대게를 앞에 두고 가격을 흥정하는 경매 장은 강구항의 색다른 볼거리. 난전에서 산 대게를 음식점에 가져가면 찜값만 받고 즉석에서 쪄준다.
최근에 영덕풍력발전단지와 대게를 형상화한 창포말등대가 이색적인 해맞이공원, 그리고 고래불해수욕장을 잇는 50㎞ 길이의 도보해안길인 ‘영덕블루로드’가 개통됐다. 4월 중순 오십천변 지품면 일대는 핑크빛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복사꽃 천지로 변신한다(영덕군 문화관광과 054-730-6533).
◇임원항(강원 삼척)=하늘과 바다가 활짝 열려 있는 임원항에 도착하면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어시장과 어선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포구가 먼저 반긴다. 바쁜 손놀림으로 싱싱한 활어를 양동이에 담아 경매장으로 옮기는 시장 사람들, 펄펄뛰는 생선은 활기찬 포구의 일상이다.
싸고 푸짐한 횟집이 즐비한 임원항은 삼척 남단의 어촌을 끼고 있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길게 늘어선 임원활어회어시장이나 해수욕장 끝에 있는 횟집 중 어느 곳을 가도 싼 가격에 푸짐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생선회와 매운탕은 3만원 정도.
임원항 인근의 해신당공원은 남근 모양의 조각 작품으로 유명하고 장호해수욕장은 해안선이 아름답다. 삼척시는 오는 5월에 궁촌에서 용화까지 해안선을 따라 5.15㎞ 구간을 왕복하는 해양레일바이크를 개통한다. 삼척의 명물로 등장할 레일바이크는 140여대(삼척시 관광개발과 033-570-3845).
◇홍원항(충남 서천)=마량포구, 월하성, 춘장대 등 서천의 이름난 휴양지들과 인접한 서면의 홍원항은 사철 어선들로 분주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 위치하지만 그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지형적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홍원항을 출항했던 어선들이 만선의 깃발을 나부끼며 돌아오는 아침 7시가 되면 홍원항의 서부수협공판장도 활기를 띤다. 홍원항 주꾸미는 인근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살짝 데친 주꾸미의 쫄깃한 맛과 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샤브샤브가 가장 선호하는 메뉴.
마량리 언덕은 천연기념물 제169호인 동백나무숲으로 유명하다. 붉은 꽃이 탐스러운 동백나무들은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높게 자라기보다 부챗살처럼 옆으로 퍼져 자란다. 언덕 위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오력도의 해넘이는 한 폭의 그림(서천군 문화관광과 041-950-4226).
◇미조항(경남 남해)=남해의 나폴리로 불리는 미조항은 야트막한 언덕을 사이에 두고 북항과 남항으로 나뉜다. 활어 경매가 이뤄지는 남항과 달리 북항은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맑은 날에 미조중학교에서 보면 북항은 물론 멀리 통영의 욕지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매일 아침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남항의 위판장은 온갖 해산물로 가득하다. 물메기, 숭어, 놀래기, 도다리, 광어, 아귀, 간자미 등 활어는 물론 털게, 낙지, 주꾸미, 해삼, 조개류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갈치회와 멸치회는 미조항을 대표하는 별미.
보물섬으로 불리는 남해에는 108계단의 다랑논으로 유명한 가천다랭이마을을 비롯해 물건리의 방조어부림과 독일마을 등 관광지가 즐비하다. 창선교 부근 지족해협의 죽방렴과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총탄에 쓰러진 관음포 이충무공전몰유허도 꼭 둘러봐야 할 곳(남해군 문화관광과 055-860-8603).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