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한 준위 가족들 망연자실 “출동하는 남편 얼굴도 못보고 보냈는데…”
입력 2010-03-30 23:37
“일요일(28일) 산에 간다고 남편 얼굴도 못 보고 보냈는데….”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 실종자 구조 작업에 투입돼 활약하다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잠수사 한주호(53) 준위의 가족들은 30일 망연자실했다.
부인 김말순(54)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일요일에 산에 갔다 오니까 남편은 부대로부터 천안함 탐색작업에 가라는 명령을 받고 정신없이 나간 상황이었다”며 “제대로 얼굴도 못 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어제 두 번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배에 들어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서럽게 울었다.
김씨는 25평형 아파트 안방 침대에 머리를 기댄 채 “집에서는 더없이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였다”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아들이 가정적인 아빠를 존경해 군인이 되려고 학사장교를 자원해 근무하고 있으며 한 준위도 그런 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주말에 딸과 함께 아들한테 가려고 했는데 이런 날벼락이 떨어져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아들 상기(25)씨는 현재 경기도에서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이며, 딸 슬기(21)씨는 대구 모 대학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경남 진해시 자은동 해군아파트에서 TV를 통해 ‘구조대원 1명 사망’ 자막을 보고 혹시나 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대에서 전화연락이 와 한 준위가 치료 중이라고 해 안방에서 친지, 동네 주민들과 함께 망연자실해 앉아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 해군 본부에서 전화로 치료 중이라고 알려줘 그때까지만 해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번째는 위독하다, 세 번째 운명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슬기씨도 “이번 주말 엄마 아빠랑 놀러가기로 했는데”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부인과 처남 등 가족들은 대구에서 택시를 타고 급히 내려온 슬기씨와 만나자마자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린 뒤 해군에서 제공한 헬기를 이용, 한 준위의 시신이 안치된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김명숙(52·여)씨는 한 준위에 대해 “너무 자상하고 가정적이었으며 아파트 내에서도 항상 인사도 잘하고 남의 일도 잘 챙겼다”며 “부하사랑도 깊었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진해=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