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더딘수색 시간만 속절없이 가고 그래도 포기는 없다… 목숨 건 실종자 찾기

입력 2010-03-31 00:54

천안함 침몰 5일째인 30일 구조작업 과정에서 해군특수전 여단(UDT) 대원 한명이 사망한 것은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강행한 데 따른 것이다. 한주호 준위는 실종자들의 생존한계선인 69시간을 넘기자 악조건 속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다 희생됐다.

군은 밤 10시25분까지 실종자 수색작업을 지속했다. 해난 구조대와 특전사 잠수대원 170여명이 함미와 함수 부분으로 나뉘어 투입됐다. 또 한·미 해군함정 17척과 헬기 8대가 이들의 수색작업을 지원했다. 미군 함정과 잠수대원들도 본격 투입돼 탐색 작업을 도왔다.

◇로프는 생명줄, 유속 빠르면 놓치기 쉬워=공교롭게도 이날은 월(月) 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였다. 따라서 유속이 5.33노트로 침몰 사고 이후 가장 거셌다. 해군 구조전문가에 따르면 유속이 3~4노트 정도면 빌딩 위에서 태풍이 불 때 혼자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해난구조 전문장교인 송무진 중령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조류가 강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강한 조류로 인해 수중 작업의 기준점이 되는 부표도 때때로 사라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류가 극도로 강해지면 부표에 연결된 로프가 조류에 휩쓸려 부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이 발생한다. 부표와 선체를 잇는 로프는 잠수대원들에게는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부표가 사라진 상태에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해상구조 전문가들은 “부표에 연결된 로프를 놓칠 경우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면서 “유속이 지금처럼 빠를 경우 베테랑들도 실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작업가능 시간 7~8분=수심은 작업시간을 짧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종자들이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의 침몰지역 수심은 45m다. 40m가 넘으면 잠수대원들이 맨몸으로 들어가기에는 무리다. 보통 우주복 같이 생긴 헬멧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진입한다. 하지만 군은 헬멧 잠수장비를 준비하는 데 3~4일이 걸리기 때문에 안전규정을 어기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잠수대원들을 투입했다.

송 중령은 “잠수시간은 최대 15분, 작업 가능시간은 약 7~8분”이라고 말했다. 수심이 깊어 해수면으로 올라오기 전 중간쯤에서 압력에 적응한 뒤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잠수병 위험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숨진 한 준위도 선체에 진입하기 위해 한계시간을 넘기면서 사투를 벌이다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함수의 경우 선체 내부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함미 부분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심이 배 가까이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계도 사고 직후부터 군과 잠수대원들을 괴롭히는 주된 요소였다. 게다가 이날은 사리로 유속이 유독 빨랐다. 유속이 빨라지면 가라앉아 있던 부유물이 더 많이 떠오르기 때문에 시야가 더욱 나빠진다. 사고 직후 잠수대원들의 시야는 손전등을 쓰더라도 30㎝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은 더욱 심해 20㎝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수온도 잠수대원들을 괴롭힌다. 수온은 섭씨 3.9도 내외로 매우 낮았다. 송 중령은 “3도 정도는 잠수복을 입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정도이며, 정상적인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15~20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기울어진 선체=천신만고 끝에 선체에 접근하더라도 내부에 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단 선체가 기울어져 있다. 실종자들의 생존 여부로 관심을 모은 함미 부분은 왼쪽으로 90도가량 기울어져 있다. 함미 내부로 연결되는 복도 쪽은 뻘 속에 처박혀 있어 잠수대원들이 손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출입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격실 4개를 통과해야 실종자들이 대거 몰려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부침실로 접근할 수 있다. 송 중령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미 부분에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각종 화기류와 유류 탱크도 장애물이다. 격실의 문이 잠겨 있을 경우 잠수대원들은 수중 용접을 통해 구멍을 만들어 통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함부로 수중용접을 시도하다가 자칫 물이 유입되거나 압력이 달라져 구조를 기다리던 생존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생존자를 발견하더라도 물위로 끌어올리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압력차로 인한 쇼크를 방지하는 단계를 거쳐야 물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구조함인 광양함에는 이에 대비해 9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챔버(감압실)’가 구비돼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