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휴대전화로 아들 목소리… 가슴 쓸어내린 이병 아버지
입력 2010-03-30 18:51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닷새째인 30일. 구조된 부상자 52명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율동 국군수도병원에는 생존자 가족의 면회 발길이 이어졌다. 전환수 이병의 부모는 대구에서 처음 병원을 찾는 길이었다.
아버지 전만길씨는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26일 밤부터 아들의 생존을 확인한 27일 새벽까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김연아 경기를 TV로 보고 있었는데 초계함이 가라앉았다는 뉴스 속보가 떠서 혹시나 했어요. ‘천안함’이라고 자막에 나왔지만 아들이 어느 배에 타는지 알아야 말이죠.”
전 이병은 지난 1월 13일 입대했다. 군대생활 2개월을 갓 넘긴 신병이었기 때문에 전씨 부부는 아들이 타는 배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천안함이 아들이 탄 배인지 전씨는 확신할 수 없었다.
안절부절 못하던 전씨는 아들이 가끔 생소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오던 것을 생각해냈다.
전 이병은 부대원의 휴대전화를 빌려 1주일에 한두 차례씩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왔다. 사고 전날인 25일 오후 4시에도 전 이병은 바로 그 휴대전화로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했다. 전씨는 저장해둔 그 번호로 “잘 있냐”는 문자메시지를 세 통 보냈다. 27일 새벽 2시였다.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또 쳐다봤지만 답장이 없었다. 아들이 승선한 배가 바로 천안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생각에 전씨는 잠들지 못했다. 새벽 4시40분. 전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들의 목소리였다. 전 이병은 “나는 무사하니 걱정하지 말라. 병원에 와 있다. 안경을 잃어버렸으니 병문안 오실 때 안경만 좀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전씨는 “종종 휴대전화를 빌려주던 그 부대원은 구조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부모 마음 다 똑같은 것 아니겠나. 아들 같은 애들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성남=이경원 유성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