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천안함 前 승조원들 증언 “탈출훈련 대신 구조연습… 남 구하는 훈련만”
입력 2010-03-30 19:03
천안함에 탔던 예비역들은 평소 비상 대피 훈련을 하지 않은 데다 취침 시간대에 사고가 일어나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침실 등 승조원들이 주로 생활하는 곳이 함미에 집중돼 있어 피해 인원이 늘어났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천안함의 노후화에 따른 자체 결함보다는 기뢰 등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과거 승조원들, 비상 이함 훈련은커녕 수영도 못 배워=2000∼2003년 천안함에 승선했던 박모(31)씨는 “비상 대피 훈련은커녕 수영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훈련소에서 1주일 동안 수영을 배웠지만 전혀 능숙하지 않았다”며 “절반 가까이가 수영을 못했지만, 누구도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훈련소에서도 대충 물만 먹고 끝나는 정도로 허술하게 교육을 받았다는 것. 그는 “1200t에 달하는 대형 함선이 침몰한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해군 당국이 안전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함정 높이의 다이빙판에서 물속에 뛰어내리는 비상 이함 훈련도 하지 않았다. 1997∼99년 승선했던 박모(33)씨는 “복무 기간 내 한번도 비상 이함 훈련을 못 했고, 다만 모형 입수자를 바다에 던진 후 건져 올리는 인명구조훈련과 소화·방수 훈련만 했다”고 밝혔다. 승조원들이 비상시 타인을 구할 훈련만 했을 뿐 정작 본인의 목숨을 건질 수 있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취침 시간대 사고로 대형 참사=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승조원의 30%만 근무를 하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시간대였다. 예비역들은 긴장을 늦춘 승조원들이 사고 당시 경황이 없어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씨는 “야식을 먹은 장병들은 침실에서 책을 보거나 수다를 떨고, 후임병들은 청소와 빨래를 했을 것”이라며 “취사병들은 야식을 치우거나 설거지를 하고, 고위부사관들은 CPO(상사급 이상 부사관)실에 모여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고요한 선내의 모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99년 전역한 이모(32)씨는 “해군은 누워서 점호를 받기 때문에 대다수 해군들이 침실에 누워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생활공간이 함미에 집중된 것도 피해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함미에는 침실과 기관실, 유류탱크, 탄약고, 엔진, 보일러, 스크루, 보수실 등이 모여 있다. 이씨는 “엔진 등 무거운 부품이 함미에 많기 때문에 함수보다 함미가 먼저 침몰했을 것이고, 승조원들의 대부분이 함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선 노후화보다 외부 충격이 사고 원인=이들은 노후화에 따른 침수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99년 전역한 이원근씨는 “초계함은 건조된 순서대로 700번부터 번호가 붙으며. 772번인 천안함은 상대적으로 좋은 배에 속한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2년간 근무한 김상태(31)씨도 “PMS(정비 리스트)에 따라 정기적으로 수리를 받고, 100명이 넘는 승조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물이 샌다면 다들 미리 인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침몰 원인으로 예상하는 노후화에 따른 정비 불량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신 사고 원인이 외부 충격에 있을 것으로 입을 모았다. 2000년 전역한 진모(35)씨는 “함수에서 함미로 연결되는 골격은 사람의 척추에 해당하는데, 이게 끊어지려면 엄청난 충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부 폭발로는 그만한 충격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전이 돼 천안함 내부가 어두웠다는 최원일 함장의 진술과 상반된 견해도 나왔다. 1999∼2000년 승선했던 김모(30)씨는 “정전이 되면 비상등인 홍등이 켜지고, 취침 시간에도 홍등을 켜둔다”며 “최 함장의 진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평택=박유리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