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진상규명 놓고 힘겨루기
입력 2010-03-30 22:32
3월31일 긴급현안 질문 일정 협의… 야당 요구 일부 수용될 듯
여야가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진상조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여당은 실종자 구조와 정부 조사가 최우선이라며 국회 현안 질의 및 특위구성 등에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 차는 이번 사고가 6·2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한나라당에는 악재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야권 입장에서는 정치 쟁점화가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인 만큼 현장 지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국방부 장관과 군 관계자 등을 국회에 출석시켜 현안을 질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실종 장병을 구조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한 뒤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논의하는 게 순리”라며 야당의 진상조사특위 구성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군 당국이나 정부가 뭔가 중요한 내용을 은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생기고 있다”며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등 정보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기 위해 정보위 소집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이 응하지 않아 불발됐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데도 한나라당이 입을 막고 있다”며 정보위 소집을 재차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도 국정조사나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야당은 해군의 사고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사고발생 시점, 지점, 침수 위치, 사고원인이 전부 오락가락해 군 당국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침몰 지점 가까이 있던 함미를 해군이 이틀이나 지나도록 못 찾고, 까나리 어선이 발견했다는 건 코미디 아니냐”고 꼬집었다. 안규백 의원은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초기 대응이 완벽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배가 침몰한 지점에 부표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처음 출동한 해군 고속정은 인명을 구조할 고무보트도 적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침몰 사고가 경과에 따라 ‘정권 심판론’을 폭발시킬 중대 사안으로 보고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사태가 민심이반을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는 31일 긴급현안 질문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여론 악화를 우려한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다음달 7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4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과 관련 상임위에서도 침몰 사고 원인과 정부 대응의 적절성 여부 등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