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李 대통령 백령도 급거 방문 배경은

입력 2010-03-30 22:19


“끝까지 희망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하러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나도 (여러분과) 마음이 똑같다. 혹시 밤에는 성과가 있을까, 아침에는, 또 낮에는…”이라며 “작업하는 모든 사람에게 끝까지 희망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빨리 장비를 지원했더라면, 하루라도 빨랐으면”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들의) 심정이야 물속에 직접 들어가고 싶지 않겠느냐”라며 “가장 위험하다는 NLL에서 밤새 나라를 지키다가 사고난 것 아닌가”라고 위로했다.

현직 대통령이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 부근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이번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은 북한 장산곶에서 불과 13.1㎞, 북한 지역 섬인 월례도에서 11.7㎞ 떨어져 있다. 북한의 지대함유도탄과 사거리가 27㎞ 정도인 해안포가 집중 배치돼 있으며, 북한이 우리 측의 모든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전용헬기편으로 오전 10시45분쯤 청와대를 출발, 1시간20분 동안 비행했다. 직선거리로 가지 못하고 NLL선을 최대한 우회해서 날아갔다. 공군 전투기들이 전용헬기 호위를 위해 초계 비행에 나섰다. 전용헬기가 착륙한 곳은 독도함이었다. 헬기 이착륙장이 있는 독도함이 없었다면, 백령도 해병대 기지를 경유해야 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함에서 고무보트(립보트)를 타고 10여분을 달려 구조함인 광양함에 올랐다. 광양함에는 사다리로 직접 올랐다.

이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지난 28일부터 검토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해 경호처 등을 중심으로 방문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오전 국무회의 전에 이 대통령이 가겠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참모들은 안전을 우려해 만류했다. 다만 소수의 참모들은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것이 국민과 사고를 당한 장병 가족을 위로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고 현장 방문 후 백령도 내 해병대 부대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철통같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현장 방문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이벤트성 행사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조와 원인규명이 늦어지면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