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美 국무부 “北 개입 근거 아직 없다”

입력 2010-03-31 01:01

천안함 침몰과 관련, 북한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은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북한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분명한 것은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것(북한의 개입)이 사고 원인이라고 믿거나 우려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군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우리는 엄청난 비극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우리가 선체 자체 외의 (어뢰, 기뢰와 같은 외부의)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한 개입설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외부 충격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북한 잠수함이 몰래 기뢰를 부설했거나 반잠수정의 어뢰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유력한 가설로 떠올랐다.

김 장관 발언이 나오자 북한이 지난해 대청해전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대북 소식통은 30일 “패배하면 반드시 앙갚음하는 북한이 지난해 대청해전에서 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사거리가 연장된 어뢰 공격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초기에 이미 해군이 어뢰 공격 가능성을 보고했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어뢰는 빠지고 기뢰 폭발 가능성이 큰 것처럼 언급해 뭔가 석연치 않다는 뒷말도 나돈다.

정부는 북한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애초 북한 연루 가능성이 없다던 정부가 김 장관 입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뒤늦게 북한 연루 가능성을 확인하고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