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해병대 TOD영상 1분20초만 편집 공개… 화질나빠 도움안돼
입력 2010-03-30 22:36
지난 26일 밤 천안함이 침몰하던 당시의 상황을 촬영한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이 30일 공개됐다. 사건 발생 4일 만이다. 동영상은 백령도 해병6여단 해안감시초소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고 직후 천안함의 상태를 찍은 것이다. 경계근무 중이던 해병대 병사들이 폭음을 들은 직후 사고 지역으로 장비를 조준해 찍은 것으로, 당초 40여분간 촬영됐으나 이날 국방부는 1분20초짜리 편집된 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이 촬영된 시간은 밤 9시33분14초. 장비와 천안함의 거리는 2㎞ 정도다. 이미 함미는 침몰한 듯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함수 부분만 일부 남아 있었다. 함수 부분 일부에서는 작은 점으로 승조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함수 부분은 측면과 후면이 보이고 안테나처럼 보이는 부분이 바다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밤 9시59분 인근에 있던 고속정이 접근하고 있고 검은 점으로 보이는 부분이 승조원이고 바로 뒤를 이어 같은 편대의 고속정이 들어오고 있다. 고속정은 물속으로 뛰어든 승조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지해 있고, 뒤 이어 접근한 또 다른 고속정은 천안함 뒤쪽으로 이동해 다른 함정들과 원을 이뤄 구조작업을 지원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천안함의 선체가 두 동강이 나 함미가 침몰하고 함수만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반파되지 않은 채 함미가 가라앉고 함수만 떠 있는 상황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 동영상은 화면이 선명하지 않지만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함수 부분이 올라와 있는 것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 발생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지 않아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은 여러 가지 설이 엇갈리고 있는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줄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만일 사고 당시의 정황을 담고 있다면 침몰 원인을 보다 사실에 근접하게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순간을 촬영했다면 천안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는지 아니면 충격에 의한 폭발 또는 요동이 있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반파되면서 침몰했는지를 확인해줄 수 있다. 또 불길이나 검은 연기가 솟구쳤는지, 수중 폭발로 인한 거대한 물기둥이 있었는지, 아니면 물기둥이 치솟았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면 사실에 근접한 침몰 원인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고 말했고, 김태영 국방장관도 27일 천안함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국방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지에서 TOD로 볼 때 배가 두 동강 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TOD는 물체의 온도 차이를 파악해서 형상을 보여주는 장치로 해병대는 주로 야간에 북한의 간첩선 침투 시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당초 군은 이 동영상에 특별한 내용이 없고 공개될 경우 우리 군의 정보능력이 노출될 위험이 있어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청와대 지시로 이날 오후 전격 공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