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사고 해역 유속 얼마나 빠르기에… 조수 간만의 차 가장 큰 ‘사리’ 유속 5.3노트 달해
입력 2010-03-30 20:42
물살은 어느 때보다 거칠었다. 백령도 서남쪽 2.7㎞ 앞바다에서 수중 탐색 요원들은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물위로 솟았다. 동강난 해군 천안함 뒷부분이 수심 45m 아래로 가라앉은 지점이었다.
30일 사고 해역 유속은 5.3노트(시속 9.82㎞)에 달했다. 음력 2월 15일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가장 컸다. 어부들이 ‘사리’라고 부르는 날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사리 때는 물살이 무서울 정도로 강해진다”며 “물에 들어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유속은 1노트(시속 1.85㎞)만 돼도 물속에서 작업하기 벅차다.
사고 해역은 서해 어느 지점보다 물살이 거세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 있어 물길이 좁아지는 탓이다. 조류가 3∼4노트(시속 5.5∼7.4㎞)로 흐른다. 아무리 헤엄쳐도 제자리에 있기조차 어려운 물살이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송무진 중령은 ‘태풍이 부는 빌딩 위에 혼자 서 있는 느낌’에 빗댔다. 한 해병대원은 “고무보트를 타고 사고 지점에 가 보니 물 밑에서 소용돌이가 느껴졌다”고 했다.
격한 물살은 진흙과 모래로 덮인 밑바닥을 헤집어 흙탕물을 일으킨다. 수면 아래 5m 정도면 사방이 캄캄하다. 조명이 달린 수중탐지장치가 제구실을 못할 정도다. 수색에 참가한 잠수요원들은 사고 해역 물속에서 팔을 뻗어 손끝으로 물체를 감지해야 했다. 백령도 주민 이모(60·여)씨는 “거기(사고 해역)는 개울물이 쏟아져 내려가는 것보다 격렬하게 물살이 생겨서 물이 항상 흐리다”고 말했다.
잠수요원들은 조류가 잠잠해지는 정조(停潮) 때를 기다린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조류가 멈추는 정조를 전후해 작업이 가능한 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 하루 두세 차례뿐이다. 이때도 물속은 혼탁하다. 해군은 전날에 이어 오전 2시 구조 탐색 작업을 시작했다. SSU와 해군특수전여단 소속 잠수요원, 119특수구조대 등 170명을 투입했다. 물이 차고 물살이 빨라 작업은 종종 중단됐다.
물속과 달리 바다 위는 날이 맑았다. 7마일(11.27㎞) 앞바다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물결은 1m 안팎으로 일렁였다.
해병대원들은 고무보트와 고속정을 타고 사고 해역 주변과 백령도 해안가를 수색했다.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을 비롯해 한·미 해군함정 19척과 헬기 8대가 동원됐다. 사고 당시 배가 쪼개진 곳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 장병 14명이 바다에 떨어져 표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 일부 주민은 조류 상황으로 봤을 때 해안 수색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김모(36)씨는 “침몰 당시는 썰물이어서 시신이 있다면 침몰 함정보다 빨리 장촌 해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라며 “이 지역은 썰물보다 날물이 강해 이미 해안 바깥쪽으로 떠밀려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14명 가운데 일부가 함미 쪽에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군본부 김영규 소령은 “함미에 있었을 32명을 제외한 나머지 장병은 사병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강창욱 기자 백령도·평택=엄기영 이용상 노석조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