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해외 일자리에 눈 돌려라

입력 2010-03-30 21:41


30일 코트라 주최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0 글로벌 채용 박람회장. 여기저기서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가 들렸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행렬이다.

해외 17개국 51개사가 126명을 뽑는 이 행사엔 구직자 334명이 참가했다. 해외 취업을 희망한 2317명 가운데 해당 해외 기업의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이들이다. 그들 중 60%는 영어 외에 제2외국어를 구사하는 등 해외 취업을 철저히 준비한 맞춤 인력들이다.

깍듯한 인사로 면접관과 마주한 구직자들은 유창한 외국어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일부 면접자는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뽐내고자 포트폴리오 등을 준비해 선보이기도 했다. 면접장 밖엔 얼굴에 웃음기 가득한 이들과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반반이다.

해외 기업으로는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에 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볼프스부르크 아게사 등이 참가했다. 이 회사는 우선 IT 엔지니어 5명, 기계기술 엔지니어 5명을 시범적으로 선발한 뒤 한국 인력의 우수성이 입증되면 채용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현지 기업 외에도 외국에 진출한 야쿠르트, LG전자 등도 외국 현지에서 근무할 인재를 선발했다.

해외 기업들이 한국 인력을 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기업 BWAW의 드릭 브란트 기술부서장은 “한국 인력은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여건도 좋아 선호한다”며 “면접을 치른 인력들도 우수했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카자흐스탄 등지의 기업은 현지에 한국 기업 진출이 늘면서 이들 기업과의 거래를 활성화하고자 한국 인력을 원한다. 폴란드의 물류회사 율리시스의 아담 만데라 매니저는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데 한국 인력이 있으면 언어나 문화적 갭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기업보다 근무 여건이 좋은 데다 경력을 잘 살려 지역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일본 기업에 지원한 양은태(28)씨는 “취업한 친구들은 늘 일에 치여 사는데 외국 기업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며 “또 장래에 비정부기구(NGO)에서 근무하고 싶은데 해외 근무 경력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기업에 면접을 본 배완호(30)씨도 “대학에서 국제 관련 공부를 했다”며 “학업과 취업 기회를 잘 살려 중동 지역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취업을 위해선 업무 실력 외에 언어를 포함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취업을 원하는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프라운호퍼 한국지사 김주환 대표는 “해외 취업을 위해선 단순히 언어만 잘 해서는 안 된다”며 “설득력과 발표력, 공감능력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볼프스부르크 아게사의 신수원 실장도 “실력을 인정받은 인력도 의사소통 등 소프트 스킬이 부족해 업무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취업을 원하는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성공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