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현장을 가다-⑧ 코레일] “철도의 주인은 국민”… 조직문화 개혁 고속 질주

입력 2010-03-30 19:21


코레일이 ‘세계 1등, 국민철도’를 목표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철도 이용객을 중심으로 “철도가 많이 달라졌다” “서비스의 질이 최고 수준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이 추구하는 ‘국민을 위한 철도’란 경영철학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방증이다.

취임 1년을 맞는 허준영 사장의 철도 사랑은 남다르다. 취임 초기 철도가 가야 할 방향을 담은 ‘세계 1등, 국민철도’ 비전을 선포했다. 철도의 주인은 국민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로 철도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언이다. 코레일은 안전하고 정확하고 친환경적인 철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4대 대기업과 물류수송에 철도를 이용하는 녹색물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기차를 타는 것은 녹색생활의 실천이라는 녹색철도 운동을 펼쳤다.

공기업 최대 규모인 5115명의 정원을 감축했고, 조직개편과 계열사 통폐합, 영업적자 개선 등 철도선진화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최근 3년간 상승세를 타던 영업적자와 인건비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 위기로 열차운행수입이 5.8%나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좌초 위기에 처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았고 실패한 민자사업인 인천공항철도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허 사장은 철도선진화에 ‘시대적 소명’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철도선진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노조와 경영자, 국민이 함께할 때 철도선진화를 달성하고 국민철도 비전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2월 22일 코레일 대전 본사 대강당에서는 교수와 노동전문가 등 전문 패널이 참석한 가운데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코레일 조직문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자리였다. 지난해 11월 철도노조의 장기파업 이후 조직을 추스르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진행됐다. 토론에서 패널들은 국민에게 큰 불편을 주고 국가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 철도 파업을 되새기고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1등 국민철도로 가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 노사문화를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 사측은 합법적 노조활동에 대해 적극적이고 친 노조적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불법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철도업무의 대국민 접점이 전국적이고 광역적이어서 불법 파업으로 빚어지는 불편을 고스란히 국민이 겪을 수밖에 없으며 국민이 외면하면 언제라도 도태되고 구조조정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세계적 철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노사문화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사문화의 새로운 전기가 된 지난해 철도 파업은 노사 간에 뒷거래를 거부한 ‘원칙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코레일은 자평하고 있다.

지난해 열차를 운행하고 유통과 임대, 역세권개발사업 등을 통해 코레일이 벌어들인 수입은 총 3조5000억원. 운송수입이 2조6000억원이고 나머지가 다원사업 수입이다. 다원사업은 올해 코레일의 주력사업이다. 다원사업은 철도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생활서비스 사업이다.

코레일은 올해 영업적자를 지난해 50% 수준인 3000억원대로 줄일 계획이다. 2012년 영업수입 흑자가 목표다. 올 들어 KTX 수입도 늘고 있다. KTX 수입이 늘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올해 철도관련 정부 예산이 13.6% 늘었다. 예산 항목에 물류수송전환보조금이 신설됐다. 이런 정부의 방침은 철도가 미래 산업임을 보여주는 청신호다.

코레일은 지난해 이룬 성과를 기반으로 체질을 개선시키면서 강도 높은 철도선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