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北 반잠수정 어뢰공격說 현실성 있나

입력 2010-03-30 18:32

엔진 끈 채 매복해 있다가 발포 후 도주했을 가능성도

침몰된 천안함이 북한 반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북한 반잠수정이 침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초계함이 평소에 다니지 않던 현장에 출동했으나 반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고 침몰했고,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새떼로 오인해 실시했다는 함포 사격은 어뢰 공격 후 도주하는 반잠수정을 겨냥했다는 가설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30일 “사고 해역은 민간 어선 및 상선 등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며 “수십년간 멀쩡하던 곳에 갑자기 기뢰가 나타나 천안함에 부딪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어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전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반잠수정도 2발의 어뢰를 싣고 있어서 적정거리에서 (발사가) 가능하기에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잠수정은 서서히 기동하거나 기동 후 엔진을 끈 채 매복하고 있으면 탐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 반잠수정이 미리 기동을 해서 엔진을 끈 채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면 탐색을 통한 위치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며 “북한 반잠수정이 천안함 인근에서 어뢰를 발사했다면 천안함의 스크루 소리와 어뢰의 스크루 소리가 서로 구분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어뢰를 발사했다면 소리가 들렸을 것이란 주장을 일축하는 분석이다.

천안함이 침몰된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이 사고 직후 북방으로 5분여에 걸쳐 76㎜ 함포를 발사한 부분도 결국 북한 반잠수정을 타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잠수시간이 10∼15시간인 반잠수정은 기동 중 자주 물 위로 부상해야 하는데 천안함 공격 후 잠시 물 위로 올라왔다가 속초함에 발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북한이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응징을 강조해 왔고, 북한 군부 내부에서도 잦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최고지도부의 뜻을 잘못 해석한 북한군의 돌출행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군은 북한의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백령도 인근 해저지형이나 해류 등으로 볼 때 기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은 “백령도 인근 해저지형은 구릉이 많아 북측 기뢰가 흘러내려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사고 당시 해류도 북쪽으로 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뢰보다는 어뢰 공격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