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통상 항로 아닌데 거긴 왜… 軍도 몰라서? 民은 모르게? 쏟아지는 의문점

입력 2010-03-30 22:30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를 둘러싼 의문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군이 아직 사고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국민에게 제한된 정보 공개로 혼선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초계함이 왜 백령도 낮은 지대로 이동했나=천안함이 주작전구역으로 알려진 백령도 서남방이 아닌 백령도에서 불과 1.3㎞ 떨어진 수심이 낮은 곳에 있었는지가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대청해전 이후 북측의 보복을 우려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통상 초계구역이 정해져 있는 함선이 주작전지역을 벗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사고 당시 파도가 높아 1200t급 함정의 경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수심이 깊은 먼 바다에 나가 있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천안함은 오히려 백령도 근방 수심 20m 안팎의 저지대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천안함이 뭔가 다른 임무를 띠고 통상 항로가 아닌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를 기동했거나 백령도 이남 지역에서 비공개 활동을 한 뒤 제 위치로 서둘러 돌아가던 중 사고가 생긴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임무나 사고해역에 가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승조원들의 증언을 들을 경우 명확해질 만한 일인데, 군 당국이 이들을 언론으로부터 극구 격리하고 있어 의문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새떼는 수시로 출몰할 텐데…=레이더 전문가들은 레이더상에서 새떼와 비행물체를 식별해내는 일이 레이더 감시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또 새떼를 비행물체로 오인해 사격할 경우 자칫 적을 자극해 교전 등의 실전 상황으로 번질 수 있어 응사 역시 신중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상은 새떼가 수시로 출몰해 오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때문에 천안함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새떼를 오인 사격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 북측의 비행체가 떴거나 다른 사격 대상이 레이더에 잡혔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이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천안함 사고 전후의 북측 비행 활동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고 발생시각 여전히 오락가락=천안함 침몰 사고가 난 시각을 두고 군의 발표가 오락가락하고 있고, 그 발표마저 해양경찰청이나 민간에서의 주장과 달라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군은 당초 사고가 난 시각을 오후 9시45분이라고 했다가 이튿날인 27일 국회 보고에서는 9시30분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 보고에서 9시25분이라고 다시 바꿨다. 하지만 해경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시각을 9시15분이라고 밝혔다. 또 실종된 한 부사관이 사고 당일 밤 여자친구와 32분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오후 9시16분쯤 중단했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는 주장이 나와 역시 사고가 군 발표보다 빨리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수중 암초설도 계속 논란=천안함이 사고 지점에서 암초에 좌초해 두 동강이 났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된다. 기뢰나 어뢰에 의한 사고라는 확실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사고 당시 화약 냄새가 없었고 구조된 승조원 가운데 화상 피해자가 없는 것 역시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또 사고로 인해 함수는 해저 40m, 함미는 해저 24m 위치에 가라앉아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해당 지역의 고저가 천차만별이고,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퇴적층 높이가 달라질 수 있는 점 등도 암초설을 계속 흘러나오게 한다.

하지만 백령도 주민들은 ‘홍합여’라는 암초 지대가 있긴 하지만 사고 지점보다 더 남쪽에 있기 때문에 암초에 의한 사고는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암초 여부는 군 당국이 평소 사용해 왔던 사고 해저에 대한 지도를 공개하거나 음향탐지기 조사를 벌일 경우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 엄기영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