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유로貨 추락, 한국 수출기업에 위협
입력 2010-03-30 18:24
안전자산 취급을 받던 엔화 가치가 추락(환율 상승)하고 있다. 유로화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통화의 환율이 오를수록 일본·유럽산 제품 가격은 하락하고, 가격 경쟁력이 훼손되는 국내 수출기업엔 악재다.
30일 대신증권에서 따르면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9일 오후 11시40분 현재 92.56엔에 거래됐다. 지난 3일 88.60엔에 비하면 4.5%나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도 연일 오르고 있다. 29일 달러당 0.7433유로를 기록, 연중 최저치(0.6874유로)에서 8.1%나 상승했다.
두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범은 두 지역의 불안한 경제상황이다. 일본은 현재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2월까지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에 일본 중앙은행은 기준금리(0.1%)를 15개월째 동결하고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한도를 10조엔에서 20조엔으로 늘리는 등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엔화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
유로화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국가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되고 유로화 체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로화 환율이 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양호한 경기회복세를 부각시켜서 글로벌 자금의 국내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수출기업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일본·유럽산 제품의 수출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과는 정보통신(IT)과 산업 부품 등에서, 유럽 국가와는 자동차 등을 놓고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 한국 주력 산업들이다.
대우증권 이인구 선임연구원은 “엔화 약세 흐름은 올 한해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엔 위협요인이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