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디자이너가 냉장고 만들고 패션 전문가는 노트북 가방 제작… 기업들, 제품에 아티스트 감각 접목 ‘붐’

입력 2010-03-30 22:01


LG전자는 30일 ‘엑스노트 마이클 코어스 에디션’을 출시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직접 디자인한 전용 가방과 초경량 노트북 ‘X300’을 결합한 제품이다. 마이클 코어스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남성복 디자이너 상(2003년)과 여성복 디자이너 상(1999년)을 수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얇고 가벼우면서 세련된 노트북에 도시적인 감각을 강조하는 마이클 코어스가 디자인한 가방을 조화시켜 완벽한 스타일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엑스노트는 이미 지난해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 공동 마케팅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엑스노트 리바이스 에디션은 기존 넷북 ‘X120’에 리바이스 고유 디자인을 새겨 넣은 제품. GS숍에서 100대가 3시간 만에 동나는 등 한정물량 2500대가 두 달 만에 모두 팔렸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이탈리아 주얼리 디자이너 마시모 주끼가 직접 디자인한 양문형 냉장고 ‘지펠 마시모 주끼’를 출시했다. 마시모 주끼는 이번 제품에 물과 얼음을 테마로 보석 이미지를 구현했다. 출고가격이 299만원으로 최고가임에도 한 달도 안돼 2000대 이상이 팔리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지를 덕지덕지 붙여놓는 냉장고가 아니라 여성이 가장 아름답게 느끼는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보석 같은 이미지를 구현한 게 인기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분양한 ‘수원 아이파크시티 1·2차’ 아파트는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을 내세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베르켈은 단지 외벽에 숲과 계곡, 대지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설계에 직접 참여했다. 베르켈은 이중나선형 구조가 특징인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과 뫼비우스 하우스 등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휴대전화 업계에 불어 닥친 ‘명품폰’ 경쟁도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제휴 경쟁이었다. 지난해 6월 LG전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프라다2’를 내놓았다. 이어 10월엔 삼성전자가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을 선보였고, 팬택은 고급 라이터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에스티듀퐁’과 함께 젊은 남성 소비층을 겨냥한 ‘듀퐁폰’을 개발했다.

화장품 업체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공동 기획한 제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애경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와 공동 기획한 ‘조성아 루나’는 2006년 9월 출시 후 지난 2월까지 누적매출이 1100억원에 달한다. 이달 초 런칭한 젤 스킨 메이크업은 현재 2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신부 헤어·메이크업으로 유명한 ‘이경민 포레’의 이경민 원장과 함께 만든 ‘크로키’가 지난 14일 첫 현대홈쇼핑 방송에서 70분 만에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공동 작업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후광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권지혜 천지우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