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으로 돌아오는 최중경, 외환시장서 ‘최틀러’로 통해 환율하락 속도조절 역할할 듯

입력 2010-03-30 21:57

외환시장에서 그는 ‘최틀러’로 통한다. “정부도 시장참여자”라며 무모할 정도로 환율 방어에 집착한 한 관료의 고집을 히틀러에 빗댄 별명이었다. 강한 소신만큼 부침도 잦았다. 2003년 원화 강세를 막으려다 낸 손실로, 2008년에는 고환율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돌아온다. 바로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다.

주 필리핀 대사로 나가 있던 최 내정자가 낙점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강만수 경제특보와의 호흡과 국제금융통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핵심인력 보강 필요성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제문제에 정통한 숱한 경제관료 가운데 그를 선택한 배경에는 외환시장에 대한 고려도 한몫했을 것이란 시장의 추측도 무성하다. 고환율에 대한 강한 주관을 펼쳤던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의 속도 조절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경제수석이 환율만 보는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다만 원화절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하락속도가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의 반짝 상승 후 하락세 둔화를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고환율 주장을 굽히지 않던 관료라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반짝 상승할 수 있다”며 “하루 중 변동성은 커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하락속도가 떨어지고,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려도 있다. 최 내정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장이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 초점이 고환율, 저금리에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인위적으로 묶인 환율과 금리가 하반기 금융시장 변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경제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최 내정자의 입각을 환율 상승요인으로 받아들일 것은 분명하다”며 “문제는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 악재가 터져 국내 외화 유동성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