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인] 물의 미래 가격도 반영해야 한다
입력 2010-03-30 18:58
얼마 전 TV에서 낡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흙탕물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의 눈동자를 보았다. 더럽다고 눈살을 찌푸리며 버렸을 법한 물이 그 아이에겐 ‘생명의 물’이었던 것이다.
2007년 월드뱅크(World Bank)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도시 지역의 강은 90%가 심각하게 오염돼 이로 인한 사망과 질병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2013년까지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가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서부 지방의 가뭄은 심각한 상태로 텍사스주는 2007년부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또한 최근 3년간 강수량이 평균을 훨씬 밑돌면서 지난해에는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호주는 2002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개인 주택에서의 세차가 금지돼 있으며 정원에 물주는 것도 주 1회로 제한하고 있다.
물 문제에 관한 한 한국도 이제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100년간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해 2100년에는 국토의 20%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1970∼80년대에 비해 2000년대의 홍수로 인한 피해는 4.5배 증가해 연평균 1조35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1970년 이후 5년에서 7년 주기로 다목적댐에 가뭄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뭄은 용수 부족, 농작물 수확량 감소, 수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2008년 현재 상수도 보급률은 7개 특별시·광역시가 92.7%인 데 비해 면 단위 지역은 47.4%로 저조해 상습 가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물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규 시설을 확충하고 급수체계 조정사업을 통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자원과 수질관리가 어려운 농어촌 미급수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수돗물 공급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과 기업이 수돗물을 절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수요 정책은 우선적으로 수도 요금의 현실화라고 본다.
우리는 물에 대해서 너무도 관대했다.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수도 요금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물을 낭비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물의 귀중함과 환경적 가치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연이나 환경자원에 대한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수도 요금의 동결은 단기적으로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물 문제 해결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작은 종기를 도려내지 않으면 나중에 대수술을 하는 아픔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수도 요금의 현실화는 현재의 시설운영비에 대한 대가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인식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만약 어떤 제품이 환경이나 자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가격에도 그러한 사항을 반영해야만 하는 것이다.
세상은 항상 변해간다. 인간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제품의 결정 단계도 변하고 있다. 이제 가격도 현재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 시작을 수돗물의 가격에서부터 해보자. 물은 인류에게 영원히 가장 소중한 최고의 자원이기 때문이다.
김정인(산업경제학과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