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하철 테러 알카에다 연관”…푸틴 “배후 궤멸시킬 것”
입력 2010-03-30 18:10
“테러리즘이 인터넷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난 29일 러시아에서의 이슬람 테러리즘을 진단한 미국 국제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사 제목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테러주의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현실을 조명했다.
FP는 지난 2일 사살된 러시아 이슬람 테러조직 지도자 사이드 부르야츠키(Buryatsky)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부르야츠키는 러시아 특수부대에 은신처가 발각돼 포위당하자 휴대전화로 비디오 메시지를 녹화해 전송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제르바이잔,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의 각종 웹사이트에선 그를 추모하며 이슬람 성전을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옛 소련 지역 국가의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자살폭탄테러 훈련을 시켜온 부르야츠키의 설교 내용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의 메시지에 감명 받은 일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젊은이들은 러시아군과 직접 싸우다 숨지는 사례까지 있다고 FP는 전했다.
이와 관련, 이번 지하철 연쇄 테러 사건이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에서 활동하는 민병대원들이 폭탄테러를 도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방보안국(FSB) 책임자도 여성 2명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고, 이들이 북 카프카즈 지역의 이슬람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철저한 보복을 다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첫 번째 테러가 발생한 루비얀카 지하철역을 찾아 “테러배후 세력을 반드시 찾아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그들을 철저히 궤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이번 사건을 일으킨 테러리스트들을 단죄하는 데 러시아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테러리즘이야말로 전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고, 반드시 굴하지 않는 결의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