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범조] 모바일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입력 2010-03-30 17:48
최근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이동통신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3사의 과점체제로 이루어져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수, 매출,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치중한 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소홀했다.
이동통신사들은 통신사전용 인터넷이용 및 데이터 통화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와이파이를 탑재하지 않고 PC에 내려 받은 콘텐츠를 휴대전화에 옮기는 사이드 로딩(side loading)도 봉쇄하였으며 음원도 자사가 제공하는 사이트에서만 내려 받아 재생되도록 음원저작권보호장치인 DRM도 걸어 놓았다. 그러나 최근 애플과 구글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함으로써 통신시장의 틀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종전 이동통신사들이 누려왔던 콘텐츠 판매수익을 가져감으로써 이동통신사의 콘텐츠 판매에 따른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무너지고 이동통신사들은 단순히 통신망만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게 되고 말았다.
휴대전화기, 웹 접근장비로
휴대전화의 미래와 관련하여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사는 2013년에는 휴대전화가 PC보다 웹에 접근하는 장비로서 더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2014년에는 30억명 이상이 모바일 장비를 통해 전자결제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이동통신시장은 모바일 인터넷시장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크게 보면 변화는 두 가지 흐름이다. 우선 자기만의 노하우나 독점권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경영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남과 함께 기술 등을 공유하는 개방적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수익창출을 꾀하는 전략이 나타난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완전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다. OS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휴대전화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자기회사 제품에 맞게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애플과 구글이 일으키고 있는 혁신적 변화에 맞추어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의 비즈니스 구조도 종전의 폐쇄적에서 개방적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반 휴대전화에도 와이파이를 탑재하고 DRM도 해제하고 사이드 로딩도 점차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독과점적 수익을 누리던 음성통화시장에서 모바일 기반의 시장중심으로 경영전략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구글과 달리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자기 휴대전화 기기에서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연결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즉 아이폰-앱스토어-아이튠즈로 이어지는 서비스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에 자사 OS를 고집하다 모든 PC제조사에 자사 OS를 개방한 MS에 패배한 사례는 이동통신시장의 미래를 짐작하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변화의 흐름은 소비자가 콘텐츠를 개발하여 수익을 올리는, 즉 소비자가 바로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로서의 앱스토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 확대는 대기업과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1인 기업, 벤처,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앱스토어 시장의 형성을 촉진시키고 있다. 콘텐츠(어플) 개발자들은 종전과 달리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음성통신 위주에서 벗어나야
모바일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어 이동통신사들은 음성통화위주의 통신의 틀을 벗어나 금융, 의료, 미디어, 건설 등 다른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기업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모바일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서비스의 차별화에 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를 이끄는 힘은 통화품질 같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풍부하게 제공하는지와 소비자가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얼마만큼 배려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범조 한국소비자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