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지하철은 테러로부터 안전한가

입력 2010-03-30 17:46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역 두 곳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38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테러 발생 장소가 대통령이 집무하는 크렘린궁과 멀지 않은 러시아 심장부라는 점이다. 러시아 당국은 체첸 등 북카프카스 지역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도 테러를 먼 남의 나라 얘기로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김선일씨 피랍 사망 사건, 예멘에서의 한국인 관광객 피살 사건 등 이미 우리 국민은 해외에선 테러 단체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테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특히 7월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는 테러 단체들이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구실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테러 대응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탈레반 관련 인사로 의심되는 파키스탄인이 가짜 여권으로 한국을 17차례나 들락날락했지만 당국은 7년 가까이 까맣게 몰랐다.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정부는 외국인 입국 시 얼굴과 지문 정보를 채취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마련, 지난해 11월 국회로 보냈으나 여태 소식이 없다. 테러방지법 제정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지하철 등 테러의 주요 표적이 되는 다중 이용 공공시설에 대한 상시 감시·훈련 체계를 갖춰야 한다. 모스크바 테러 발생 직후 미국은 뉴욕 지하철 환승역에 경찰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워싱턴에선 무작위 검문을 실시하는 등 테러 대비 훈련을 실시했지만 한국에서 그런 훈련을 실시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아무 소용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