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합예배 D-4 한국교회의 소망·과제… 십자가 사랑 본받아 소통·화해의 손 먼저 내밀어야
입력 2010-03-30 21:09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4일 새벽 5시 서울광장에서 ‘부활과 화해’라는 주제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다.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이 이뤄지는 축제의 장이다. 본보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준비하는 두 기관의 수장인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과 전병호 NCCK 회장을 비롯해 준비위원장 오정현 조성기 목사, 설교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이메일로 부활절 예배의 의미와 준비 과정, 행사 내용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6·25 60주년, 8·15 65주년, 4·19 50주년 외에도 11월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있는 해다. 부활절 연합예배의 의미가 남다른데.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한국 근대사에서 교회가 미친 영향력은 특별했다. 경술국치를 겪은 우리 민족과 국가 앞에 교회는 늘 책임을 자각하고 대부흥 운동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관을 적극 전했다. 3·1 만세운동을 교회가 주도하며 조국 광복의 초석이 됐다. 연이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교회는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소통과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와 국가, 국민들을 향해 기독교적 가치관을 드러내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내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이번 부활절을 통해 한국교회는 사회를 갈라놓는 양극화와 지역갈등, 좌우 이념갈등,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자 한다.
◇전병호 NCCK 회장=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미셨다는 것이 부활 사건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인간과 역사의 모든 허물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신앙을 갖게 됨으로써 그 이전과 차별성을 갖게 됐다.
100년 전, 60년 전에 큰 사건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그 일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오늘을 맞고 있다. 과거사 정리는 과거의 잣대로 과거를 정리하자는 말이 아닌데도 간혹 우리는 그런 기준으로 지난 일들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보속 없이 그냥 덮어두자는 말은 아니다. 어떤 것이 되었든 새 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우리의 많은 허물에도 불구하고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주신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부활과 화해’는 참으로 적절한 주제다. 특히 독재정권 이후, 십수년 동안 우리는 많은 변화와 혼란을 경험한 터라 어떤 것이 우리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길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 결국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겠지만 혼란 속에서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기엔 지금이 너무 어렵다. 이러한 때 교회가 본연의 책무에 충실해야 하고 참된 화해는 ‘정의로운 평화’의 충만 속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먼저 증언해 나가야 한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의 화합과 일치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사회적 국제적으로도 한국교회의 공동 성례전을 보여주는 남다른 의미도 있다. 올해는 어떤 면에 치중했나. 올해는 예년보다 서둘러 준비했는데.
◇조성기 준비위원장=부활절 연합예배는 예배의 공교회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의 요청으로 2006년부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연합기관인 한기총과 NCCK가 공동 주최를 했다. 2007년에는 연합예배 사상 최초로 대규모 성찬식을 거행, 한국교회에 적합한 예전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2008년부터는 회복된 연합예배의 공교회성과 확립된 예전을 기초로 지역별 기독교연합회·교회협의회 주관으로 개최되는 전국 각지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전국 교회의 호응을 얻어 올해는 거의 대부분 지역 기독교연합회가 예배문과 기도문, 주제해설 등을 공유했다. 이 예배문 준비를 위해 한기총과 NCCK는 2009년 10월부터 예배문준비위원회를 구성, 3개월여에 걸쳐 한국교회 전체가 공유할 예배문을 마련했다. 지난 2월 8일 전국 40여개 지역 기독교연합회 대표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갖고 주제, 표어, 주제해설, 설교본문, 설교제목, 예배문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교회의 예전 형식과 내용을 세계교회 앞에 내놓기 위해 예배문 전체를 영문으로 번역해 발표했다. 또 당일 예배를 위해 성찬위원 500명, 성찬준비위원 100명, 안내위원 500명, 교통안전위원 200명, 연합찬양대 2010명과 100명의 구세군 악대 및 200명의 오케스트라 등 많은 성도들이 예배를 섬기도록 준비했다.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앞으로는 동원이나 재정 등에서 특정 교회에 치중하지 말고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로 승화시켜나갈 과제가 있는데.
◇오정현 준비위원장=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광장에서 수만 성도들이 모여 부활의 능력을 선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명의 목회자와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헌신하도록 마음을 모아주는 여러 교회들이 있어 감사하다. 부활절 연합예배와 같은 한국교회의 거룩한 신앙 유산들이 다음 세대에도 계승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교회가 지역마다 교파를 초월해 모이는데 힘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특히 우리 모두가 부활의 능력으로 우리 속에 꿈틀거리는 패배주의적 신앙의 모든 요소들을 제압하고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설교 메시지를 준비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는가. 주일 설교 준비와는 매우 다를 텐데.
◇이영훈 목사=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셔서 온 인류의 희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선포하는데 설교의 초점을 맞췄다. 설교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절 첫 메시지를 갖고 작성했다. 2000년 전 예수님의 선포하신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로 재해석해 설교하게 된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중보기도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
-이번 부활절 헌금은 북한을 돕는데 전액 쓰일 예정이다. 북한을 돕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 준비위원장=화해를 말할 때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분단 65주년이자 6·25가 일어난 지 60년 되는 해다. 따로 성경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국교회 입장에서 화해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 중 하나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활절준비위원회에서는 화해 의미를 살리기 위해 부활절 헌금을 북한 지원에 사용하되, 특히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 분유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국 지역 기독교연합회에 지역별 부활절 헌금의 십일조(10%)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과거와 달리 성찬위원이 전원 목회자로 구성되는데, 목회자들의 호응도는 어떤가.
◇오 준비위원장=서울 지역만 하더라도 부활절 새벽에 담임목회자들이 교회의 강단을 비우고 연합예배 현장으로 나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한기총, NCCK, 한목협 소속 목회자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사랑의교회도 동참하는 의미에서 교역자들이 협력할 것이다.
-부활절 연합예배 외에도 한기총과 NCCK의 공동 작품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예를 들어 대규모 집회도 좋지만 WCC 부산총회와 관련한 양대 기관의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WCC의 공과를 소상히 밝히는 것은 어떨지.
◇이 목사=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상징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예배다. 따라서 모든 교회가 교파를 초월하고 적극 참여해 하나 되는 성령 축제가 돼야 한다. 현재 순서가 너무 많고 예전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좀더 단순화해 찬양과 기도, 말씀 중심의 예배가 됐으면 좋겠다. WCC 총회에 대해서는 일부 교단에서 논란이 있으므로 공동 심포지엄 같은 것을 여러 주제로 계속 열어가면서 이해의 장을 넓혀 한국교회 전체가 공감하고 동참하는 행사로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부활절 연합예배를 앞두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대표회장=부활절은 단순한 교회 절기가 아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받들어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이웃을 섬기며 세상과 하나님의 화해를 위해 애써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유익과 편리,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향한 봉사와 헌신을 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웃의 아픔과 필요에 시선을 돌리고, 스스로의 이기심과 부족함을 새롭게 혁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번 부활절을 통해 십자가의 부활이 우리 개개인의 삶에 재현되는 놀라운 체험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사회에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전 회장=부활절 연합예배가 한국교회만의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복음이 교회에만 주어진 은총이 아니듯 부활 역시 교회의 전유물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가진 보배를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세상은 참 복잡할 뿐 아니라 처음 선교가 이뤄질 당시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지식 수준이 향상돼 있다. 구호나 표어만으로 복음을 전하고자 한다면 난관에 봉착한다. 복음의 다양한 모습들, 깊은 부분들을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근현대사에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자임하고 또 수행해왔다. 의료, 교육, 복지 등에서 중추 역할을 했다. 또한 민주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그리고 환경 등 선진화를 위한 개념도 교회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잘하고 있으니 교회에 대한 불신을 거둬달라고 말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결국 우리 자신을 더욱 다잡아 교회다운 교회가 되도록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