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즈 갓 커맨즈’ 4월1일 개봉 앞두고 살바토레 감독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10-03-30 17:20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에 관심”
이탈리아 영화 감독인 가브리엘 살바토레(60)는 1992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지중해’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 거장이다. 지난해 모스크바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받은 ‘애즈 갓 커맨즈(As God Commands)’는 작가 니콜로 아망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부자(父子)간의 사랑과 신뢰를 그렸다. 거침없는 성격의 아버지 리노와 내성적인 아들 크리스티아노는 가난한 일상 속에서도 사이좋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리노는 정신지체자인 친구 콰트로의 실수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저 유약하기만 한 줄 알았던 크리스티아노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강인함으로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구해내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1일 개봉을 앞두고 살바토레 감독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2003년 ‘아임 낫 스케어드(I'm not scared)’에 이어 아망티의 소설을 두 번째 영화화했는데, 그의 소설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 (아망티는 국내 독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수상하는 등 이탈리아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아망티의 소설은 플롯과 캐릭터가 강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와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행동 등에 매료됐다. 그리고 이번 영화의 경우 니콜로가 아예 각본 작업에 참여를 해, 영화화할 때 소설에서 덜어내야 할 부분을 제시하는 등 큰 도움을 주었다.”
-‘지중해’, ‘아임 낫∼’ ‘애즈 갓∼’ 등은 모두 인물의 성장에 관한 영화다. 특별히 ‘성장’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는가.
“특별히 ‘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인물이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과 그를 통해 겪는 변화에 매력을 느낀다. 사람은 한계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상상치도 못한 힘을 발휘하거나,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엔 연약해 보이던 크리스티아노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보여주는 결단력 있는 행동에 매료됐다. 이건 성장일 수도 있고, 한 인물이 가진 다양한 내면 중 하나가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정신지체인 콰트로는 악한 인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오히려 범행 장면에선 감성적인 선율의 노래인 로비 윌리암스의 ‘쉬스 디 원(she's the one)’이 쓰이는데.
“악한 인물이 아닌 콰트로의 우발적 범행이 리노와 크리스티아노의 일상을 무너뜨리기에 이들 부자의 사연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따라서 영화 음악 역시 이 강렬한 비극을 초월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노래가 필요했다. 이 장면에 쓰인 로비 윌리암스의 곡은 로맨틱한 곡이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영화와 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살바토레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음악이다. 살바토레는 영화음악을 먼저 완성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음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이를 영상에 반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업은 이탈리아의 록밴드 모카델릭과 함께 했다.)
-영화 ‘지중해’에선 ‘도피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라는 문구를 넣어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즘 사회에서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관계 마저 위협받고 있으니까. 영화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신의 뜻과도 같은 (가족에 대한) 강인한 사랑과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리노와 크리스티아노 부자의 굳은 신뢰와 뜨거운 사랑에 대한 헌사라고 말하고 싶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