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장 유통개혁 어디로… KMP홀딩스 김창환 대표에 듣는다

입력 2010-03-30 17:23


“노래마다 가격 차별화 이제는 제작사가 책정해야죠”

“방송 형태에 안 맞는다고 4분짜리 노래를 3분에 잘라서 부르라고 합니다. (홍보 때문에) 나가기 싫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먹기 싫은 식초도 먹지요. 뮤지션이 음악에만 치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예능을 원하는 뮤지션도 있지만 옷 벗고 뛰고 진흙탕에 구르기 싫은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홍보를 위해서) 나가야 하잖아요.”

29일 서울 방배동 미디어라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환(47·사진) KMP홀딩스 대표는 이 시대의 가수가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KMP홀딩스는 오락·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사업을 구상중이다. 일종의 외주제작사와 같은 것인데, 컨텐츠는 KMP홀딩스가 만들어 IPTV 채널과 타 방송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기존의 외주 제작사들은 가수에게 맞지 않는 성격이나 포맷의 프로그램 계획안을 들고 와 출연을 요구해요. 그러니까 빅뱅이나 2PM 같은 대형 아이돌 섭외가 쉽지 않죠. 우리는 소속 가수들에게 맞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에요. 킬러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자사 소속 가수들의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겠다는 거죠.”

김 대표는 “‘가수’라고 하기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버라이어티에 나와서 가수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현 가요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히려 아이돌 가수들이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대형 기획사 소속의 소위 잘 나가는 아이돌 친구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게 아니다”고 단언했다. 방송사 측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방송사와 제작사의 관계 상 무조건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출연하는 것이 현재의 방송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생각해보세요.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버라이어티에 나갔나요? 가수들은 이미지가 중요한데, 버라이어티에 나와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어요? 물론 친근감이 생길 순 있겠지만, 여자 아이돌의 경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 버라이어티 출연은 꺼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우리는 가수들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쇼를 만들어서 실력으로 승부하는 무대를 만들어보겠다는 거죠.”

특히 김 대표는 음악 유통 사업에 거는 기대가 컸다. KMP홀딩스는 음악 포털 사이트를 만들고, 음원을 직접 유통해서 현재 일률적으로 책정된 음악 가격에 다양화를 꾀할 예정이다.

“가요시장이 무너진 원인은 불법 다운로드와 음악 포털사이트 등이 책정한 초저가 음악 가격 때문입니다. 음악을 제작한 사람이 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음악 사이트나 이동통신사 등 유통업체가 가격을 정하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음악 제작자)가 음악시장이 CD에서 MP3로 이동할 때 뉴미디어 분야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봐요. 이제는 스마트폰, IPTV 등 새로운 미디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제대로 준비해 가요시장을 부활시킬 겁니다.”

7개 대형 기획사가 모두 KMP홀딩스로 유통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는 SM과 미디어라인만 결정된 상태다. 물론 KMP홀딩스에 관심이 있는 다른 제작사에게도 문은 열려있다.

“우리는 소녀시대 같은 그룹과 솔로 가수 한 명의 노래 가격에 차등을 둘 겁니다. 생산 과정의 비용을 고려하는 거죠. 그룹은 인원수도 많고, 당연히 그에 따른 부대비용도 올라가는데 일률적으로 한 곡에 600원을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 음악 구매 사이트인 ‘아이튠스’에는 뮤지션에 따라 곡의 가격이 99센트에서 1달러25센트로 다양화돼 있다.

KMP홀딩스가 출범하자 연예계 관계자들은 음악 산업을 독점할 공룡의 탄생이라며 비판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나름 사업기반이 탄탄한 대형기획사들이 뭉쳤기 때문에 실질적인 음악 유통 시장의 재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의 원칙은 KMP홀딩스를 통해서 음악을 유통하는 모든 제작사는 자사가 원하는 가격대로 음악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3년 안에 상황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요 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