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사령부내에 검은 천막 설치하자 “생사도 모르는데 분향소 차리나”
입력 2010-03-29 22:03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군 측이 장례식에 사용될 것으로 오해할 만한 천막을 쳐 놓았다가 가족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해군은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 내 대형 잔디구장에 검은색 천막 50동을 설치했다. 천막 안 바닥은 사람이 쉬거나 누울 수 있도록 나무 합판을 깔고 그 위에 황토색 장판을 덧입혀 놨다. 천막 하나 당 약 10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본부에서 파견된 지원팀이 약 300명인데 최소한의 수면시설이 부족했다”며 “이들이 묵을 공간을 위해 만든 숙영시설”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군의 해명은 실종자 가족의 거센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가족들은 “구조를 하고 있다면서 한쪽에서는 분향소로 보이는 천막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다. 실종자 방일민 하사의 이모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도저히 이 나라에서 아들 키우기가 무섭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내 아들을 군에 보내느냐”며 울부짖었다. 실종자 정범구 상병의 어머니는 천막을 바라보며 오열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흥분한 가족들은 해군 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오후 5시쯤 50개 천막 모두를 무너뜨렸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아직 죽은 게 아니고 분명히 살아 있는데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정보과 소속 경찰이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동향을 살피다 적발돼 가족들의 분노를 배가시켰다. 평택경찰서 정보과 조모(48) 경사 등 경찰관 3명은 27일부터 실종자 가족 사이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거나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 오다 이를 수상히 여긴 가족들에게 신원이 들통났다.
조 경사 등은 “동향을 파악, 정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해 가족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그동안 실종자 가족에게 “누구의 가족이냐”며 접근,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캐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조국현 김수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