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수중 촬영 전문가 “함미 형체 바닷속에 음파 쏴 확인”

입력 2010-03-29 22:14

“뿌연 연기 낀듯해 수십차례 촬영”

천안함 수색에 동참한 민간인 수중 촬영 전문가들은 29일 시야가 혼탁한 데다 파도가 높아 수십 차례 노력 끝에 함미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음파를 쏴 함미를 확인했으며, 비상 안테나와 함포의 구체적인 모습도 영상에 담았다고 입을 모았다. 잠수요원들이 천안함에서 생존자가 있는지 수색에 나섰으나 선체가 날카롭게 두 동강으로 찢어져 어려움을 겪었다.

◇민간인 수중 촬영 전문가 투입=28일 오후 TV를 보고 있던 김용광(50)씨는 ‘민간인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평소에는 사업을 하고, 틈틈이 수중 촬영 전문가로 활동한 김씨는 “작은 힘이라도 도움을 주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조제은(46) 한욱(46)씨도 함께 국방부에 연락했다. 국방부도 민간인 수중 촬영 전문가의 도움을 환영했다.

오후 7시30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출발한 이들은 두 시간 후 백령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파도가 높고 날씨가 좋지 않아 간조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29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이들이 오전 2시쯤 침몰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해군은 이미 음파로 바닷속 형체를 확인하는 장비인 소나를 이용, 함미 위치를 확인한 상태였다. 그러나 뿌옇고 시커먼 바닷속에 자리잡은 함미의 형태가 불확실했다. 군 당국과 민간 전문가는 이때부터 끊임없이 바닷속에 음파를 쏘았다. 형체가 확인될 때마다 영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해 함미 모습을 구체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김씨는 “비록 가지고 간 수중카메라를 쓰지 못했지만 군 당국과 함께 함미 형체를 확인해 실종자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중 촬영 카메라도 함미를 찾는 데 투입됐다. 오전 2시부터 4시까지 해군 10여명은 육중한 카메라를 바닷속에 떨어뜨렸다가 올리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바닷속은 눈앞의 물체를 손으로 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할 만큼 뿌연 연기 같았다. 화면에 잡힌 함미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두세 시간이 지나도록 카메라에 찍힌 함미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음파를 이용한 함미 형체는 점차 또렷해졌다. 수심 45m에서 발견된 함미는 폭이 10m, 길이 30m였다. 안테나, 함포, 포신도 점차 윤곽을 드러냈다. 배는 뒤집어지지 않고 왼쪽으로 90도 기울어져 가라앉은 상태였다. 오전 6시쯤 함미 확인 작업이 완료됐다.

◇천안함 날카롭게 두 동강으로 찢어져 접근 어려워=백령도 사고 해역에서 작업 중인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침몰된 천안함은 선체가 날카롭게 두 동강으로 찢어져 있어 잠수요원들이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함수의 경우 잠수요원들이 일부 격문이 열린 곳을 손으로 더듬으며 내부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야가 어둡고, 각종 가전제품과 사무기기 등이 거센 물살과 맞물려 회오리치듯 떠다니고 있어 제대로 된 수색작업은 하지 못했다.

함미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수심이 50m에 가깝고, 조류가 무척 빠른데다 손목시계가 안 보일 정도로 시야가 어두웠다. 잠수요원들은 함미 선체에 밧줄로 작업선을 고정시킨 뒤 이를 따라 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내부를 수색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백령도=박유리 엄기영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