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해군, 잘못된 정보전달에 함구령 의혹도
입력 2010-03-29 21:53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당시 구조된 해군이 실종자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바람에 해양경찰이 구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방부와 해군 측이 생존자 및 해군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막으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26일 오후 9시30분쯤 ‘백령도 근처에 침몰 사건이 있으니 즉시 구조대를 출동시켜 달라’는 신고를 받은 해경은 대청도 하단에 대기하고 있던 501함을 출동시켰다. 해경은 현장에 도착한 직후인 밤 10시20분쯤부터 발 빠르게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급박함 속에서도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던 해경의 구조 활동은 27일 오전 중단됐다. 해경 관계자는 “이미 구조된 해군의 진술을 토대로 구조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구조 활동 중이던 해경은 천안함 최원일 함장과 함께 마지막으로 구조한 12명 가운데 한 병사에게 “천안함에 사람이 더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구조되지 않은 사람이 아직 남아 있을 경우 다시 사고 함정 쪽으로 구조용 고무보트를 이동시켜 구조 작업을 지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병사는 “제가 마지막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해경 관계자는 전했다.
이 말을 들은 해경은 구조를 중단했다. 해경 측은 당시 구조 지속 여부는 전적으로 해군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마지막’이라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가 말한 내용이 ‘갑판에 있던 병사 중 마지막’이라고 한 의미인지 등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생존자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과 실종자 가족이 있는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자 가족은 “가족은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오후 3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아들을 조사했다”며 “어떤 조사인지, 무엇을 물어봤는지에 대해 아들 역시 가족에게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기택 하사의 아버지 김진천(56)씨 역시 “아들이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묻지도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평택=조국현, 성남=이경원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