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피말린 생존 가능 시한… 새벽 선체 진입 재시도
입력 2010-03-30 00:21
함미 로프 연결… 육해공 입체 작전
군 당국은 29일 천안함의 두 동강난 선체 위치가 확인됨에 따라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였다. 군은 실종자들의 생환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암흑 속 목숨을 건 사투(死鬪)=잠수요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물 밑에서 구조작업에 사력을 다했다. 잠수요원들은 조류가 잠잠해지는 시간대인 오후 8시를 기해 본격적으로 선체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탁한 물 속에서 손의 감각만으로 선체를 더듬거리며 악전고투했다. 군 관계자는 “잠수요원들이 자신의 시계(時計)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계(視界)가 불량했다”고 설명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조류는 점점 거세졌다. 선체 주변으로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군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수요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생존자 발견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이날 밤까지가 생존자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해군 소식통은 “밀폐된 선체에서 이론상 생존 가능시간은 사고 직후 69시간이다”면서 “이미 그 시한인 오늘 오후 6시30분이 지났기 때문에 생존자가 있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군은 30일 새벽 2시쯤 다시 선체 진입 작업을 재개했다.
이날 전반적인 기상 조건은 나쁘지 않았으나 물속이 문제였다. 날씨도 대체로 맑았다. 가시거리는 약 8㎞, 파고는 1m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탐색 작업이 벌어진 지역의 수온이 섭씨 8도 이하, 유속이 약 3노트에 달해 매우 빨랐다. 전문가에 따르면 유속이 1노트면 다이빙이 힘들고, 3~4노트에 달하면 아무리 헤엄쳐도 제자리에 있기 조차 어렵다.
해군·특전사·해경·소방방재청 합동작전=해군은 이날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1만4000t급 ‘독도함’ 등 중대형함 6척, 고속정 5척, 구조함 1척, 기뢰탐색함 2척, 전투지원함 1척, 고속고무단정 4척, 고무보트 30여척 등을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 독도함이 지휘통제소를 맡고 3000t급 구조함 광양함이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베이스캠프가 돼 사고 해역을 오가며 탐색 및 구조 활동을 펼쳤다.
해군의 물량 공세에 해경도 함정 3척을 보탰다. 미 해군은 구조함인 살보(Salvo)함을 비롯해 순양함과 구축함 등 총 4척의 군함을 보내 측면을 지원했다. 육군 특전사 요원 30명도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방재청도 ‘119심해특수구조대’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이들은 다양한 구조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대원 43명과 수중음파탐지기, 수중영상탐지기 등 첨단장비 운용요원 등 모두 63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중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맡은 인원은 해군 SSU 요원과 민간 잠수요원 등 200여명에 달했다.
실종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의 정확한 위치가 발견되고, 잠수요원들이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들어가자 환자 후송을 위해 백령도에 대기 중이던 치누크 헬기(HH-47) 2대와 구급차, 의료진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구조 방식=SSU 등 잠수요원들은 이날 실종자 인명구조 및 선체 탐색 작업을 위해 천안함 함미 어뢰갑판 부위에 로프를 연결했다. 함미 부분은 왼쪽으로 90도가량 기운 채 가라앉은 상태라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함수 부분은 실종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군은 함미 부분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이곳에 자원을 집중했다.
잠수요원들은 조류가 잠잠해지는 시간대를 골라 하루 2~3회씩 로프를 이용, 수면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탐색 활동을 했다. 통상 하루 2시간 정도만 작업이 가능하지만 잠수요원들은 이날 늦은 밤까지 수중 탐색을 지속했다.
2인 1조를 이룬 잠수요원들은 로프를 이용해 선체에 접근한 뒤 쇠망치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생존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잠수요원들은 격실 하나하나를 일일이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수중 용접기 등을 이용해 함정 외부를 뜯어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실종자 수색 마친 뒤 선체 인양=군 당국은 침몰된 천안함을 인양해 정밀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잠수요원이 손으로 더듬어 확인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민간 크레인 두 대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천안함의 크기와 선체가 함수와 함미로 두 동강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체에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칠 때까지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