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침몰 지점까지 왜 들어갔나 ‘공방’

입력 2010-03-29 22:05

“통상항로 이탈했다” VS “15번이나 지나간 해역”

군이 29일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사고 지점을 공개하자, 전 해군 장교들을 중심으로 천안함이 통상항로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도 천안함이 당시 높은 파도를 피해 백령도 인근을 지나가다가 바다 속에 묻혀 있던 기뢰가 떠올라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천안함이 통상적인 경계근무항로를 벗어나 사고지점으로 갔다면,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된 특수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이 음파탐지기와 레이더에 나타난 미상의 물체를 상세하게 관측하는 임무 때문에 항로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군 예비역 장성들은 합참이 천안함 함미를 발견했다고 밝힌 백령도 연화리 서남쪽 2.4㎞ 지점은 초계함의 통상적인 경비항로를 벗어난 해상이라고 지적했다.

해군 고위직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군이 공개한 사고지점은 초계함의 경비구역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항해하지 않는 곳”이라며 “그곳은 고속정이 다니는 항로이기 때문에 들어갈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초기 군의 설명대로 파고가 높아 비교적 잔잔한 내항으로 항로를 바꿀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피항을 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이 장성은 지적했다.

전 해병 장교도 “초계함이 이 지역에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으로, 통상 초계함이 아닌 고속정이 경계 근무를 섰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해군은 이 지역은 천안함의 작전지역으로 작전 성격에 따라 항로 변경이 있다며, 정상경로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사고 해상은 천안함이 15번이나 지나간 해역으로 수심이 20m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이 천안함의 함미 위치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탐색 구조작업을 돕던 어선들이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28일 오후 4시20분쯤 침몰 해상에서 탐색 구조작업을 지원하던 어선 3척 가운데 1척(연성호)의 어군 탐지기에 이상 물체가 탐지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 탐지한 어선들이 해군에 연락해 마침 현장에 도착한 기뢰제거함인 옹진함이 음파탐지기로 이를 식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군탐지기에는 물체가 있다는 형상이 점으로만 나타날 뿐 음파탐지기로 30여m 크기 등을 구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면서 “구조작업을 돕던 어선들의 도움으로 함미 위치를 더욱 빨리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함미 부분은 폭발지점으로부터 50여m 이상 떨어진 수심 45m 지점에서 식별됐으며 뒤집힌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연성호 최치호 선장은 “암초인 줄 알고 수색작업을 하는 해군에게 조심하라는 뜻에서 연락했다”며 자신도 처음엔 함미일줄 몰랐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