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 “한시가 급해… 우리 아들 추울텐데 빨리 구하라”

입력 2010-03-29 22:00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절망의 파도가 쓸려 지나갔다. 이날 오전 사고 해역인 백령도 장촌 포구 앞을 다녀온 실종자 가족들은 해저 어딘가에 있을 아들과 남편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함미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잠시 들떴던 실종자 가족들은 오후 들어 다시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자 애타는 가슴만 쓸어내렸다.

오전 7시40분. 전날 수색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 66명은 속초함을 타고 평택 2함대사령부 부두에 내렸다. 2함대사령부 임양용 대령이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내 아들 빨리 구해내라. 사람을 구출해내라고!” “매일 조류 핑계를 대면서 수색이 안 된다고 하고.” 부두는 울분 섞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서대호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씨는 “지금 한시가 바쁜데 민간인 잠수부도 통제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어제까지만 발견을 했어도 생존했을 수 있는데, 지금은 발견을 해도 너무 늦은 거 아니냐”고 울먹였다. 또 다른 실종자의 어머니도 “발견해도 너무 늦어. 바다가 너무 추워. 우리 아들이 추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은 해군 당국에 대한 깊은 불신감도 드러냈다. 이창기 원사의 형인 성기(46)씨는 “수색 현장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며 “제대로 수색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가족 대표 20여명을 현장에 남기고 왔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손수민 하사의 친척 전병철씨는 “해군은 (침몰된) 배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데만 나흘이 걸렸다”며 “배가 부서지면 ‘여기다’ 하고 부표부터 띄우는 게 어부들의 상식인데 군은 그것도 못하고 도대체 뭐하나”라고 항의했다.

한때 바다에 가라앉은 함미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의 얼굴에도 희망이 감돌았다. 문규석 중사의 아버지 창호(61)씨는 “실종자 가족 숙소가 모두 ‘(실종자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기쁨에 잠시 들떠 있다”며 “방수만 된다면 배 내부 사람들도 살아 있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김선명 상병의 외삼촌 이시영(51)씨는 “전날에 비해 희망적으로 상황이 변했다”면서 “교회를 마지막으로 나간 게 10년 전인데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오후 들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도 타들어만 갔다. 보도를 접한 심영빈 하사의 아버지 대규씨는 “어떻게 생존자가 ‘있다. 없다’ 쉽게 단정할 수 있느냐”면서 굵은 눈물을 쏟았다.

일부 가족들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은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한 분노감을 드러냈다. 이재민 병장의 아버지 기섭(51)씨는 “그거 누가 쓴 기사인데요. 그 사람이 모르고 쓴 거예요. (침몰한) 배의 문도 안 열렸는데 (생존 여부를) 누가 알아요”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창호(61)씨는 “생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날이 오늘이라는데 어떻게 이 심정을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땅이 꺼질 듯 깊은 숨을 토해냈다.

평택=박유리 김수현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