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내 아들은 살았지만 너무 미안해”… 안정 찾은 부상자 가족들

입력 2010-03-29 22:03

29일 경기도 성남시 율동 국군수도병원에는 천안함에서 돌아온 부상자들을 만나려는 가족의 발길이 이어졌다. 극도의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과는 달리 면회온 부상자 가족들은 전날보다 한결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실종자 구조가 늦어지는 상황에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기택 하사의 아버지 진천(55)씨는 “사고 소식을 접했던 사흘 전에는 충격을 크게 받았지만 살아 있으니 기분이 좋다”며 조심스레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진천씨는 병원에 들어가려다 “아들에게 과자를 사다줘야겠다”며 몰고온 트럭을 타고 인근 상가에 다녀오기도 했다. 27일부터 사흘째 병원을 찾은 이연규 하사의 어머니 김순천(49)씨는 “어제보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며 미소를 지었다.

웃음을 되찾은 부상자 가족들은 실종자들을 걱정하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후 1시30분 병원 앞에서 만난 육현진 하사의 어머니 김모(46)씨는 “실종자 가운데 울산 동향 선배인 하사가 있어 아들이 크게 걱정한다”며 “다른 아들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일 상병의 아버지 성만(59)씨는 “살아 있는 것이 고맙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서보성 하사의 아버지 계원(50)씨는 “내 아들은 살아 있지만 실종자 가족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하다. 하루빨리 찾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있던 부상자 8명이 추가로 이송되면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부상자 수는 모두 52명이 됐다. 해군은 이들이 중상이 아닌 경미한 부상자들이며, 단지 심리적 안정과 정밀검진을 위해 입원한 것이라고 밝혔다.부상자들은 빠르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덜어내고 있었다. 병원은 부상자들이 안정을 취하면서 오전 1∼2차례씩 담당 군의관에게 건강상태 점검을 받았다고 전했다.

성남=이경원 유성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