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2함대 평택교회 표정… “어렵고 힘들수록 믿음으로 이겨내자”
입력 2010-03-29 20:30
29일 오전 6시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안에 있는 해군평택교회 예배당에서 성도 20여명이 울먹이며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는 간곡했다. “빠른 구조작업으로 실종 장병을 찾아내도록 하나님이 돕고 장병 가족을 위로해 주세요.”
해군평택교회는 천안함 장병과 가족이 다니는 교회다. 성도들은 천암함 침몰사고 이후 매일 오전 5시30분, 오후 8시30분 예배당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
종려주일이던 28일 오전 예배당에는 매주 100여명씩 찾던 장병들이 오지 못했다. 부대가 천안함 침몰사고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400명이 앉을 수 있는 예배당 좌석은 늘 장병과 가족 200여명이 채웠지만 이날은 장병 가족 90여명만 예배를 드렸다.
정기원 담임목사는 설교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하늘을 바라보자. 겸손히 기도하고 믿음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성도들은 울었다. 정 목사는 “이곳 성도는 모두 해군 가족이다. 주일마다 식당에서 장병에게 밥을 지어지고 주일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친분을 쌓았다”면서 “내가 부임한 지난해 3월 이후 예배가 이토록 엄숙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해군평택교회는 예배에 참석하는 장병 가운데 10여명이 천안함에 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늘 교회에 나오는 천안함 승조원은 3명이다. 그 중 2명이 실종되고 1명이 살아 돌아왔다. 주일예배는 생존자 가족만 참석했다. 실종자 가족은 구조 현장이 보이는 백령도로 갔다.
사고 다음날 정 목사는 다른 성도들과 실종자 가족을 방문했다. 경황이 없고 상심이 큰 가족들에게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정 목사는 전했다.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어요. 말로 위로할 수 없었습니다.” 성도들은 침묵으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기도했다.
전국에서 교회로 위로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정 목사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많은 교역자와 성도가 우리 교회로 전화를 걸어 도와줄 일은 없는지, 상황은 어떠한지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평택=노석조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