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선박 바로 아래서 기뢰 폭발했을 가능성 커”
입력 2010-03-29 21:50
軍·민간 전문가 분석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가 발견됨에 따라 침몰 원인 규명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고해역에 투입된 730t급 소해함(기뢰탐지함)인 양양함과 옹진함이 고성능 음파탐지기를 통해 함수와 함미의 형태를 탐지하고 있고 수중촬영을 실시하고 있어 선체 파괴형태를 파악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선체가 완전 인양된 후 폭발이 발생한 지점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선체 내부폭발보다는 외부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더 크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신영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신 교수는 29일 “강력한 내부폭발로 선체가 반파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외부충격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중 충격 반응 전문가인 신 교수는 “1999년 6월 15일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는데, 당시 300㎏ 폭약의 어뢰를 9000t급 구축함의 2∼3m 아래서 폭발시켰더니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며 “배 밑바닥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이번과 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구축함이 두 동강이 날 때까지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구축함의 뒷부분은 곧바로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고 앞부분은 한참을 떠 있다가 서서히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군이 설명한 이번 천안함 침몰과 매우 유사하다.
신 교수는 “천안함이 1200t급임을 감안하면 적은 양의 폭약으로도 충분히 함정이 두 동강날 수 있다”며 “생존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가장 가능성 높은 침몰 원인은 선박 바로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미 구축함이 예멘에서 500∼600㎏의 폭약을 실은 테러리스트들의 배로부터 충돌공격을 당했을 때도 배에 커다란 구멍만 생겼을 뿐 두 동강 나지는 않았다”면서 거듭 배 아래로부터의 충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백령도 사고 현장 부근에 북측 기뢰가 흘러들어올 가능성은 없다”며 “이는 북한 측 해역과 백령도 사이 해저에 큰 제방과 같은 자연 지형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병구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영업상무=안 상무는 “내부폭발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폭발 원인은 정황적으로는 기뢰, 기술적으로는 어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어뢰가 원인이라면 잠수함이나 잠수정의 공격이 있어야 하나 우리 군이 북한 등의 특이상황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황적으로 어뢰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뢰로는 1200t급 초계함을 단시간에 두 동강을 내기가 쉽지는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판묵 한국해양연구원 박사=이 박사는 “함정 외부에서 원인을 찾자면 바다 밑바닥에서 조류에 휩쓸려 다니는 바닥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기뢰가 함정 아래 일정 정도 거리에서 폭발하면 순간적으로 커다란 공간이 생기는데 이때 함정은 바닷물의 부력을 전혀 받을 수 없어 두 동강 날 수도 있다”며 “기뢰나 어뢰가 함정에 직접 부딪히는 경우에는 충돌 부위에만 손상이 가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연평도 앞바다의 해저지형을 보니 북한과의 사이에 둑 모양이 형성돼 있던데 이에 비춰보면 북한에서 바닥 기뢰가 떠내려 왔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김태준 한반도 안보문제연구소장=초계함 함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 소장은 외부충격에 의한 폭발가능성이 크지만, 내부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우리 해군의 경우 함정 내부폭발에 의해 침몰된 경우는 없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며 내부 폭발설을 배제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충돌에 의해 내부충격으로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천안함 뒷부분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내부폭발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해군제독들의 분석=A제독은 “함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생존성”이라며 “군함관리가 기관 이상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함정에는 인화물질이 상당히 많이 실려 있어 늘 화재나 폭발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A제독은 “종종 보일러실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폭발로 함정이 침몰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이제까지 우리 해군이 운용해온 함정 가운데 기관이나 엔진, 또는 내부에서 폭뢰나 탄약 등의 폭발로 함정이 침몰된 경우는 없다는 점도 외부 충격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B제독도 “기름 탱크가 폭발하거나 기관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충격의 경우 백령도 인근에는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이 충격을 받을 만한 암초가 없는 상황이어서 어뢰나 기뢰에 의한 충격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