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의문점 많고 실종 장병 많고… 정치권서 ‘책임론’ 고개

입력 2010-03-29 18:30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책임론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서해 접경지역에서 해군 초계함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침몰한데다 46명이나 되는 장병들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지겠지만 누군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은 현재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생존자 여부와 사고원인 파악에 주력해야 할 상황에서 책임론을 꺼냈다가는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구조와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생존자 구조를 적극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책임론은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군의 초기대응 미숙과 허둥지둥하는 모습, 대규모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집중 성토하는 분위기다.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후 본격적인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 사고 원인이 미확인 기뢰에 의한 폭발사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다소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예측 불가능했고, 불가항력인 사고를 놓고 책임소재를 따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쪽에서 “초기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이 너무 많고, 단순사고로 결론내리기에는 실종자가 많다는 점에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소한 대규모 인명피해에 따른 도의적 책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실종자들 다수가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 함미(艦尾)에서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구조작업 지연으로 실종자들을 구출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인다면 상황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해군이 거론하는 기뢰폭발이 아니라 암초 또는 북한군의 도발 등이 사고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더욱 거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로선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있는 생존자 발견이 최선이고, 전 국민의 희망이지만 시간이 없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