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정치일정 올스톱… 원인·책임 결과 따라 정국 요동
입력 2010-03-29 18:25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가 정국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사고 발생 후 예정됐던 정치 일정은 올스톱됐다. 향후 6·2 지방선거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세종시 문제 등 주요 정국 현안도 천안함 침몰사고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6·2 지방선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8일 출마선언을 하려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한참 열기가 오르던 여야 경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방선거를 두고 벌어지던 여야 간 정국 주도권 싸움 역시 휴전모드로 돌입했다. 세종시 그늘에 가려졌던 지방선거가 또다시 천안함 사태로 차순위로 밀리자 현역 단체장이나 유력 주자, 이들에 도전장을 내민 각 후보 진영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당의 고위 관계자는 29일 “천안함 불똥이 언제까지, 또 어느 선까지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당분간 결과를 지켜보자며 다들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파장은 지방선거 당내 경선 및 본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경선 열기가 사라져 도전자들이 기존 유력 주자를 비판하거나 정책발표 기회를 갖지 못해 더욱 불리해졌다. 반면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단체장이나 유력 주자들은 기존 위상을 굳힐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사태가 본선 경쟁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당 내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한 후보 측은 “사태가 잘못 관리될 경우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여당 후보나 기존 지자체장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여권에 상당한 악재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도 천안함 사태가 혹시 북한과의 직·간접적 연루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국민들의 ‘안보위기감’ 표출로 이어져 보수진영 결집이 강화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사태 추이에 따라 현 정부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사고 원인이 예상과 다른 문제로 드러나거나,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정부와 군이 자칫 실수할 경우 민심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당의 한 의원은 “솔직히 지금까지 정황만으로도 여권에 부정적으로 영향이 미칠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뒤늦게라도 사태를 잘 마무리해 국민 단결의 계기로 승화시킬 때에 국정의 새 출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천안함 사태로 세종시 문제 등 각종 정치 현안은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적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여권 내부가 또다시 세종시 문제로 시끄러워질 경우 비판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이계나 친박계 양 진영 모두 현재로선 천안함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는 데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적 혼란을 계기로 여권이 갈등국면에서 벗어나거나 여야가 당분간 화해국면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