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뒷돈’ 챙긴 전·현 교장 157명 적발

입력 2010-03-30 00:24

수학여행 등을 통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수도권의 전·현직 초·중·고 교장 157명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서울은 시내 초등학교 587개 교장 가운데 100여명의 전·현직 교장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이후 대규모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2006년 1월부터 수학여행 및 수련행사 등과 관련해 관광업체와 숙박업소 등을 선정해주는 대가로 업체 대표들로부터 40만∼2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S초등학교 교장 김모(60)씨 등 현직 교장 48명과 전 G초등학교 교장 김모(64)씨 등 전직 교장 5명 등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또 계약을 맺어준 대가로 교장 157명에게 각각 4억1800여만원과 3억여원을 건넨 혐의로 H관광 대표 이모(54)씨와 모 유스호스텔 대표 진모(7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학교장실에서 수학여행과 수련회, 현장학습 등 단체 행사와 관련해 이씨로부터 9차례 2020만원, 진씨로부터 4차례 8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입건한 전·현직 교장 53명 외에도 104명이 단체 행사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157명은 수도권 소재 학교 교장 20여명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있는 학교 교장이며 최대 3000만원까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현직 초등학교 교장은 87명, 중·고교 교장은 8명이다.

이들은 이씨로부터 버스 한 대를 빌려 쓰는 대가로 하루에 2만∼3만원을 받았고, 유스호스텔에서 2박3일간 머무는 대가로 학생 한 명당 8000~1만2000원씩을 진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 서울 지역 초등학교장들이 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인 행사비 가운데 30% 정도를 업체 측으로부터 상납 받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과 지난 2월에 숙박업체와 여행업체 등 4곳을 압수수색해 회계 장부와 비밀통장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장은 업체 선정과 관련해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수주 경쟁이 치열한 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길 수 있었다”며 “4월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교장 53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쳤고 나머지 104명에 대한 수사를 끝낸 뒤 관할 교육청에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교장들을 이후 승진 및 중임 인사에서 제외시키는 등 중징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