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무상화… 日 “학교별 심사”

입력 2010-03-29 19:11

“모든 아동의 평등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적에 상관없이 국·공립은 물론 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을 둔 가정에 수업료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겠다.”

일본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핵심 공약 사항이었다. 54년 만에 자민당 일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민주당 정권은 “약속을 지키겠다”며 고교 무상 교육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부과학성은 일본의 고교와 동등한 과정을 두고 있는 한국학교와 독일인학교, 국제적인 평가기관이 인정한 국제학교도 무상 교육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법령안을 마련했다고 교도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문제는 재일 조선학교(조총련계 고교과정)가 한국학교 등과 동일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별도로 취급키로 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제3자 기관을 설치키로 했다. 이 기관은 자체 기준에 따라 조선학교에 대한 개별 심사를 실시한 뒤 무상교육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중 잣대를 들이댄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였다. 지난 2월 20일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고교 무상 교육 법안에서 조선학교는 제외해야 한다”고 딴죽을 걸고 나섰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조선학교에서 뭘 가르치는지 알 수 없다”며 나카이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같은 강성 기류는 국내외의 압력이 가해진 이후에야 한풀 꺾였다. 일본 내에서는 연립 여당인 국민신당과 사민당이 “조선학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CERD)도 재일조선인이 일본 사회에서 교육을 비롯, 취업 연금 참정권 등 각 분야에서 겪는 차별이 계속되고 있으며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