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폭탄테러… 38명 사망

입력 2010-03-30 00:25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출근길 지하철에서 29일(현지시간) 여성 자살 폭탄 테러범에 의한 두 건의 폭발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 최소 38명이 숨지고 64명이 부상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난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55분쯤 시내 루비얀카 지하철역으로 들어오던 전동차의 두 번째 칸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승객과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사람 등 적어도 24명이 숨졌다. 이어 약 40분 뒤인 8시35분쯤 파르크 쿨트리역 내 정차 중이던 지하철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리 스요민 모스크바 경찰청 수사팀장은 사고 후 기자들에게 “두 사고 모두 폭발물을 장착한 조끼를 입은 여성 테러범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사고가 난 루비얀카역 지상 주변에는 옛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크렘린 궁과는 2㎞ 거리다. 파르크 쿨트리역도 내무부 청사와 2㎞ 떨어진 곳에 있다.

폭탄이 터진 후 두 지하철 역사 안은 연기로 가득했고, 소리를 지르며 역을 빠져 나오려는 시민으로 일대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경찰은 사고 역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두 역으로 통하는 모든 지하철 운행을 금지했다. 또 일부 운행 중인 지하철과 주요 관공서 주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는 한편,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폭발테러가 발생한 것은 2004년 2월과 8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각각 40명, 10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26명이 사망한 열차 폭탄 테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의 테러 사건은 북 카프카스 지역의 체첸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번 사건도 이들 지역의 체첸 반군이나 다른 분리주의자들의 소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체첸 전쟁에서 형제나 남편을 잃은 여성들로 구성된 ‘검은 미망인’ 그룹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