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 깜짝방문 왜… “內政에 밀린 美안보 챙길것” 시그널

입력 2010-03-29 21:3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 CNN 방송 등 주요 외신은 28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아프간의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곧바로 헬기를 타고 카불로 이동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아프간 방문은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미 주요 언론 취재진은 바그람 기지 도착까지 보도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동승이 허용됐다. 13시간을 비행해 도착한 아프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머문 시간은 6시간에 불과했다.

CNN 방송은 “매우 짧지만 역사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경제 및 건강보험 등 내정에 집중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 안보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건보 개혁안 입법에 이어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 협정안을 체결하면서 갖게 된 추진력을 외교-안보 분야로 이어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프간에 3만명의 미군을 증파하기로 결정하는 등 아프간을 탈레반 소탕의 주전선으로 삼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외교 안보 최전선인 아프간에 대해서 늦었지만 확실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수행 중인 전쟁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4월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로에 오르면서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이후 근 1년만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그람 기지에서 가진 연설에서 “군 통수권자로 있는 한 탈레반이 다시 이 나라를 장악하고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세력을 해체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 재정립도 방문의 목적 중 하나다. 미국이 아프간전 수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아프간 대선이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이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재집권에 성공한 카르자이 정부의 개혁에 의구심을 갖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우리는 극단주의와의 군사작전에서 계속해서 진전을 보고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면서 부패 척결을 주문했다.

카타르 민영방송인 알자지라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의 자금조달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마약 거래 근절과 부패 척결, 재건 프로그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5월 12일 워싱턴에서 양국 간 관심사에 관해 추가 협의를 갖자고 제의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을 격려하고 최근 전황을 듣는 것도 방문 일정에 포함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