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침몰 원인규명에 합심할 때다

입력 2010-03-29 19:39

답보하던 천안함 수색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군이 음파탐지 촬영을 통해 두 동강 난 채 침몰한 선체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찾아낸 뒤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실종자 탐색과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함수 부분은 물론 46명의 실종자 대부분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도 구조대원들이 선체를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실종자 가운데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군이 선체 안으로 들어가 생사 여부를 확인하고 공식 발표할 때까지 기적같은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다. “남편이 꿈에 나타나 바다가 춥다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며 눈물 흘린 부사관의 아내, “제대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이렇게 될 줄 전혀 상상도 못했다”며 한숨지은 아버지…. 애통하지 않은 사연이 하나도 없다. 정부와 군은 이들의 애끊는 심정을 헤아려 아무쪼록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 끝까지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실종자 탐색과 함께 중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진상 규명이 늦어지면 우리나라 해양 수호를 책임지고 있는 해군의 위상은 추락할 것이고, 정부와 군에 대한 국민 불신도 커질 수 있다. 폭발 원인을 가급적 조속하게 밝혀내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재발 방치책을 마련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정부와 군은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원인 규명에 합심해야 할 이때 정치권을 중심으로 섣부른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해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거나, 군이 의도적으로 무엇을 숨기려 든다거나,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이 있다는 등 다분히 정략적이고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벌써부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발언들은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데 일조할 뿐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정부와 군은 진상을 밝히는 데 지체함이 없어야 하며, 정치권은 억측을 퍼트리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