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면카드 해소, 강력하게 추진돼야

입력 2010-03-29 18:14

발급 후 1년이 넘도록 쓰지 않은 휴면카드가 10장 가운데 3장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 1억699만장 중 휴면카드는 3062만장으로 1년 전보다 19.1%나 급증했다.

이처럼 휴면카드가 증가하는 것은 카드사들의 발급 경쟁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직원들에게 신규 발급 할당량을 주고, 직원들은 직장생활 하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부탁을 한다. 친구는 다시 자신의 직장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직장 동료들은 마지못해 신청서를 작성하는 패턴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신청서도 온갖 개인정보 기재는 물론이고 결제 계좌번호와 신분증 앞뒷면까지 복사해 줘야 한다. 그렇게 발급받은 카드는 서랍 속에서 잠자게 된다.

카드사들은 발급에는 물불 안 가리지만 해지 요청에는 소극적이다. 해지하려고 전화를 하면 이런저런 혜택을 나열하며 당장 쓰지 않더라도 갖고 있으라고 권유한다. 일단 많이 뿌려놓아서 손해 볼일 없다는 인식에다 보유한 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쓰지 않는 카드를 많이 갖고 있으면 도난, 분실 등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신용등급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금감원이 휴면카드 정리에 나서도록 카드사들을 독려키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장사꾼들이 장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룰을 만들어 지나친 경쟁이나 소비자 불편을 없애는 것은 감독 당국이 할 일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대로 해지 안내장을 발송하는 소극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전화 안내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 휴면카드 해소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기왕이면 휴면카드 비율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 신용카드는 현대인에게 필수품이지만 일반 상품과 달리 매우 위험한 상품이다. 과거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경제위기까지 초래됐던 만큼 신용카드 정책은 매우 신중하고 철두철미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