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생·인턴 ‘고용통계 허수’
입력 2010-03-29 18:30
체류 3개월 넘으면 취직해도·못해도 집계 안돼
명문대를 나온 송모(29·여)씨는 지난 27일 필리핀 바기오행에 몸을 실었다. 졸업 후 계약직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그만둔 송씨는 1년가량 나은 직장을 구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외국행을 택했다. 송씨는 필리핀에서 2개월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2주간 한국에 머문 후 캐나다에서 9개월 동안 어학연수와 인턴십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서 송씨는 취업자에서 도서관을 나오면서 실업자로 잡힌다. 하지만 이후 필리핀에선 취업준비생으로, 한국에 들어오면 실업자로 계산되다 캐나다로 출국하면 경제활동인구나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다. 통계청이 해외 체류기간이 3개월 이하일 경우만 사례별로 나눠 취업자는 경제활동인구로, ‘쉬었음’이나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통학’은 비경제활동으로 분류하지만 3개월을 넘으면 통계에서 아예 빼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업이 어려워 해외로 출국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분류하는 통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고용지표에 허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백수지만 실업자로 잡히지 않고, 외국에서 취직을 했어도 취업자로 집계되지 않는 탓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외 한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외 한국인 유학생은 24만3200명이었다.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년(21만6800명)보다 2만6000여명이나 늘었다. 이는 순수하게 공부를 목적으로 떠난 유학은 물론 취업을 염두에 둔 경력쌓기용 어학연수나 취업실패에 따른 도피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해외에서 취업하는 인턴십 과정 등을 위해 떠나는 청년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취업과 인턴은 올해 증가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인턴십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빠지는 청년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통계로 아예 잡히지 않아 고용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정부가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예산을 들여 해외취업이나 인턴십을 확대하고 있는데 고용동향에 그 통계가 잡히지 않으니 어느 정도의 효과를 냈는지도 알 수 없다. 정부의 고용정책 입안 및 평가에 부실한 기초자료가 공급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통계에 정확히 포함되지 않는 청년층이 자칫 정부의 고용지표 작성 시 유리하게 평가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인턴십으로 나갈 경우는 임시 취업자로, 어학연수는 비경제활동 분류 중 통학이나 취업준비로 보는 등 정확한 분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나가는 수만큼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구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통계는 방문조사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3개월 넘게 설문이 되지 않으면 통계에서 뺄 수밖에 없다”며 “그 숫자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로 돌아오는 인구가 그 부분을 상쇄시켜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