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침통한데…‘열린음악회’ 부적절 논란
입력 2010-03-30 00:27
해군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28일 방영된 KBS 1TV ‘열린음악회’가 부적절한 편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열린음악회’는 사전 녹화분이 그대로 방영됐다. 방송에는 가수 유열, 마야, 뮤지컬 배우 정선아 등이 나와 무대를 꾸몄다.
방송이 나간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부적절한 편성이라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김봉윤씨는 “정규방송이라지만 원인불명의 초계함 침몰로 인해서 발생한 46인의 실종 장병의 생명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자제해야 한다. 울부짖는 실종 장병 가족을 생각해 보라”고 질타했다.
임초자씨도 “젊은 목숨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판국에 공영방송 KBS가 자중해야 한다. 국민이 아들과 남편 부모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는데 이렇게 웃고 까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27일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에서 녹화된 ‘KBS 열린음악회’가 삼성 이병철 전 회장 탄생 100주년 특집으로 꾸며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이번 음악회의 정식명칭은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다. 우리는 평소대로 열린음악회를 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지 후원을 신세계로부터 받았을 뿐이다. 당시 현장에서 후원업체와 분위기 등을 고려해 이 전 회장 탄생을 기념하는 발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전부 편집돼서 실제 방송분은 삼성과 상관없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을 주최한 부산시는 “형식상으로만 주최자일 뿐 모든 행사 주관은 KBS와 신세계의 몫”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조은래 부산시청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당초 신세계 측에서 KBS로 열린음악회 신청을 하려다가 공영방송에 특정 기업 주최라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해서 부산시가 신세계를 대신해 신청을 해줬다. 주최는 우리 이름으로 됐지만 실질적 주관은 KBS와 신세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종순 신세계백화점 홍보팀 과장은 “센텀시티를 통해서 티켓을 배포하고 홍보하다보니 이 전 회장을 홍보하는 문구가 들어갔다. 홍보상 빚어진 실수”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열린음악회’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고 있다. 진보신당은 27일 녹화분에 대해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