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방사한 외래동물이 토종 몰아낸다

입력 2010-03-29 18:08

한라산 국립공원 등에 방사된 각종 외래동물들이 자연에 적응하면서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이 발간한 ‘제주 노루의 가치와 효율적인 관리방안’에 따르면 외래동물 서식 등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과 인근에 인위적으로 방사한 포유류는 백록을 포함해 꽃사슴 등 13개체다. 사육장을 탈출해 자연환경에 적응한 동물은 말 멧돼지 들개 들고양이 흑염소 사슴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멧돼지의 경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번식기 동안 사람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자원연구원 오장근 박사는 “2009년 10월 해발 600m 이상 지역을 대상으로 멧돼지의 서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제주도 전역에 걸쳐 멧돼지가 발견됐다”며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하고 강한 번식력을 갖고 있어 때문에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시 유해조수 구조단은 올 들어 3월까지 암컷 멧돼지 3마리를 포획한 결과 새끼 23마리를 임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꽃사슴 붉은사슴 엘크 등은 2008년부터 한라산과 주변 지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사슴들은 집단생활을 하고 크기도 야생노루보다 훨씬 크며, 먹는 양도 많아 기존의 노루 서식지가 사슴 서식지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들개는 노루를 비롯해 가축으로 사육되는 염소 양 소 닭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 노루의 경우 들개에 의해 1993년부터 2009년까지 58마리가 희생당한 것으로 환경자원연구원은 집계했다.

2005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는 무리지어 다니는 들개들이 젖소를 공격, 젖소 한마리가 죽고 두 마리가 상처를 입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서 돼지 1마리가 습격당했으며, 금악리에서는 송아지 3마리가 들개 습격으로 죽었다. 2007년에는 양 11마리, 송아지 5마리, 돼지 3마리가 폐사했다.

흑염소 1쌍은 한라산 백록담 남벽부근까지 올라와 바위그늘 자리를 잠자리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붉은오름 인근 화북천 상류지점에서 3∼4마리가 활동하다 겨울철 저지대로 내려오는 모습도 관찰됐다.

오 박사는 “각종 외래동물이 제주도 자연에 적응해 서식함에 따라 본래의 동물들이 사라지고, 외래동물이 잠식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동물에 대한 관리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