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모든 가능성 배제못해”… 선체 인양해봐야 풀릴듯

입력 2010-03-28 18:30


기관 파열… 미리 계기에 경고신호 가능성 일축

폭뢰 폭발… 연쇄폭발음 없었고 평소 뇌관 분리

기뢰 폭발… 북한 음향감응기뢰 보유 증거 없어

어뢰 공격… 수심 얕아 반잠수정도 작전 힘들어


정부와 군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놓고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제기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28일에 투입된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선체 인양이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엔진 또는 연료탱크 폭발설=천안함은 디젤엔진과 가스터빈을 병행해 사용한다. 엔진의 RPM(분당 회전수)은 1500∼3000인 반면 배를 움직이는 스크루의 속도는 100∼300RPM이다. 군 전문가들은 엔진에서 발생한 속도를 감속기어장치를 통해 스크루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장이 발생해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합참의 발표와 달리 천안함이 폭발 후 선체가 두 동강이 난 것도 함미와 함수를 연결하는 기관이 있는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배가 반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엔진을 사용하고 남은 연료인 비류지 처리가 잘못돼 연료탱크 부분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과 같은 급의 초계함에 승선했던 해군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A 소령은 “엔진이나 기관이상 여부는 계기에 경고신호가 작동하고 또 현장에도 6∼7명 근무하고 있어 바로 조치가 된다”며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발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2함대에서 근무했던 해군 고위관계자는 “비류지의 경우 출항 전에 모두 제거되고 유증의 경우 통풍장치가 충분히 되어 있어 지나치게 압축될 개연성은 거의 없다”며 내부 폭발설을 일축했다.

◇폭뢰 폭발설=함미(艦尾) 부분에 장착된 폭뢰가 폭발했다는 설이다. 천안함은 대잠수함 작전도 수행하는 함정으로, 대잠용 폭뢰 12발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함미 쪽에 76㎜함포가 장착돼 있다. 폭뢰가 실수로 선내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폭뢰 폭발이 함포까지 연결되면서 후미에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초계함 승선 경험이 있는 해군 B 소령은 “폭뢰의 경우 대잠작전훈련이 실시되는 경우가 아니면 평소에는 뇌관을 분리해 놓아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폭뢰는 선체 상층부에 보관돼 있어 폭발이 일어난 선체 하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또 폭뢰가 폭발했다면 함께 보관 중이던 다른 폭뢰들도 터지게 돼 연쇄적인 폭발음이 들렸어야 하지만 함장 최원일 중령과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잇따른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뢰 폭발설=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특정 함정의 엔진이나 스크루 소리를 감지해 폭발하는 음향감응기뢰가 사고해역에 설치됐을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우리 군이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 해역에 음향감응기뢰를 설치해 놓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인균 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초계함의 항로와 음문 등을 이미 파악하고 북한이 심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군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키리졸브연습을 비난하면서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위협한 것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이 음향감응기뢰를 보유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한 정부관계자는 “북한이 최신 성능을 지닌 기뢰를 보유하기에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절대 갖고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설은 오래 전에 우리 측이 심어놓은 기뢰가 솟아올라 충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군관계자는 “해도에 이미 기뢰설치여부가 다 기록돼있다”며 “극히 낮은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반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설 및 암초설=북한 특수요원들이 반잠수정을 타고 우리 해역에 잠입한 뒤 어뢰를 쏘고 달아났다는 설이다. 우선 천안함의 폭발 형태가 어뢰충격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첫 번째 근거다. 또 사고발생 후 인근 해역에 있던 초계함 속초함이 레이더에 새떼로 보이는 물체에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이 같은 설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사고지점이 북방한계선(NLL) 남쪽 10∼12㎞ 해상으로 북한 반잠수정 침투시 우리 군에 발각되기가 쉽고, 수심 역시 얕아 활동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암초에 의한 외부충격설이 있었으나 사고 해역에는 암초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