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부사관들만 피해, 왜?… 침실·기관실 등 몰린 함미에 있다가 실종
입력 2010-03-29 01:43
천안함 침몰로 인한 실종자의 대부분이 부사관과 병사들로 밝혀지면서 ‘불쌍한 졸병만 당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군은 직급별 숙소 위치에 따라 피해가 다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구조자 및 실종자 명단에 따르면 사고 당시 천안함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장교 7명은 모두 구조됐다. 반면 부사관은 67명 중 30명이, 사병은 30명 중 16명이 실종됐다. 장교는 전원이 살았지만, 부사관과 사병은 절반가량만 구조된 셈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사병들만 실종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군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해군 측은 “사고 당시 생존자들은 상부 갑판 인근에 있던 반면, 실종자들은 대부분 침실과 식당, 기관실 등이 몰려있는 함미(艦尾) 부분에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군함을 만들 때 대부분 함미 쪽에 부사관과 사병 숙소를 설치한다”면서 “반면 군함 앞부분 조타실 가까이에 함장 숙소를 설치하고, 바로 밑에 부장(부함장)과 장교 방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또 장교들의 편의를 배려해 함장을 비롯한 장교 방에는 창문을 설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들의 방은 갑판 인근에 위치하게 된다. 결국 서열을 중시하는 군의 구조 때문에 직급별 피해 정도가 달라진 셈이다.
아직까지 실종자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해군 측은 실종자들 대부분이 함정 뒷부분과 갑판 아래에 있는 기관실, 탄약고, 침실, 식당 등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폭발사고 이후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폭발 이후 함미 부분이 급속히 가라앉은 점도 문제다. 당시 생존자들은 함미 부분에서 ‘꽝’하는 굉음과 함께 선체에 구멍이 뚫리면서 바닷물이 급속히 유입돼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실종자들이 분리된 후미에 갇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