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평해전 참전 용사 출항 직전 “여보, 또 기분이 이상해”

입력 2010-03-29 08:44


실종자·가족의 안타까운 사연들

제대를 앞두고 요리사의 꿈을 키워 온 말년 병장, 제2 연평해전에 참여해 부상 사실도 잊은 채 전투에 임했던 중사….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로 실종된 승조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제2 연평해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출항하기 전에 기분이 이상하다고 하더니….” 2002년 6월 29일 발생한 제2 연평해전에 참여했던 박경수(29) 중사의 아내 박미선씨는 실종된 남편을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2 연평해전에서 박 중사(당시 하사)는 참수리 357정 보수장으로 총탄을 맞아 부상했지만 다친 사실도 모른 채 전투에 임한 용감한 해군이었다. 박 중사는 제2 연평해전에서 부상한 뒤 수년간 항해에 나서지 못하다가 얼마 전부터 공포심을 이겨내고 함정에 다시 올랐다.

“배에 타기 직전 ‘여보, 나 이번에도 배 타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해’라는 말을 했어요. 이 말을 듣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남편 사진을 찍었어요. 이게 마지막 사진일 줄은 몰랐어요.”

박씨는 지난달 15일 천안함을 타기 직전 평택항에서 찍은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며 애끓는 마음을 드러냈다.

“제가 꿈을 잘 꾸지 않는데 어젯밤에 남편이 꿈에 나타났어요. 계속 ‘여보 바다가 너무 추워. 제발 살려줘’라고 말을 하는데….” 꿈에 나타난 남편을 생각하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박씨는 군 당국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최근 후배가 먼저 진급을 하자 박 중사도 진급에 대한 중압감을 가졌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는 등 피로에 지친 박 중사는 결국 지난달 4일 동안 휴가를 냈다고 한다.

“항해 경력이 많아야 승진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일을 많이 했어요. 제2 연평해전에 참여했으면 그 다음엔 배를 타지 말았어야 하는데 말이죠.”

상사 진급을 앞두고 실종된 김태석(38) 중사의 누나 김효순(52)씨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3남3녀 중 3형제가 모두 해군 출신인 김 중사는 평소 기관실에서 근무했다. 김 중사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 큰딸을 비롯해 3명의 딸을 두고 있다. “곧 상사로 진급한다고 얼마나 우리 태석이가 좋아했는데…. 우리 동생 좀 찾아주세요.” 김씨는 마지막까지 동생의 생존 소식을 기다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제대를 10여일 앞둔 이재민(23) 병장도 실종됐다. 이 병장의 아버지 이기섭(51)씨는 경남 진주에서 실종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해군 2함대사령부로 달려왔다. 이씨는 “다음달에 말년 휴가가 한 번 있고, 제대 날짜가 불과 10여일밖에 남지 않았던 상태”라며 “이종사촌형이 해군 근무할 때 진해에 놀러가면서 해군에 입대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실종자 이상희(23) 병장도 이번이 마지막 훈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장의 사촌누나 이슬기씨는 “동생은 제대하면 전공인 요리를 배워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려고 했다”며 “입대하자마자 배에서만 생활해 왔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슬기씨는 “잘은 모르지만 20년이 넘는 배가 출항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이 병장과 마찬가지로 대학 1년을 마치고 자원해 해군에 입대한 조지훈 일병의 어머니 정혜숙씨도 실종된 아들의 행방을 몰라 애를 태웠다. 정씨는 “다음주에 면회하러 오라고 이야기했는데…”라며 “지난 휴가 때도 취사장에서 일을 많이 해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빠진 것을 보고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사고 소식을 방송에서 접한 뒤 서울에서 무작정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찾아와 밤을 보냈다. 정씨는 아들이 천안함 위에서 찍은 사진과 문자 메시지가 든 휴대전화를 아들마냥 꼭 쥐었다. ‘해군 아들 NLL 사수 잘 하고 있음.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들은 잘 지내고 있음. 걱정마~.’ 아들은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전했지만 정작 돌아오지 않고 있다.

평택=박유리 노석조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

평택=박유리 김수현 노석조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