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내 아들 추운 데 있는데…” 사진 꼭 껴안고 오열

입력 2010-03-28 21:47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 내 동원예비군 교육대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는 28일 실종자 가족의 오열과 통곡이 전날에 이어 이어졌다. 이들은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찾아내지 못하자 발만 동동 구르며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부터 2함대사령부 위병소를 찾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저마다 실종된 장병의 이름을 부르며 임시 숙소로 몰려들었다.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 추운 데 있는데 내가 따듯하게 품어줘야 한다”며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꼭 끌어안고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실종된 손수민 하사의 아버지 광열씨는 “우리 아들이 분명 살아 있다. 우리 아들이랑 그동안 연락해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보니 수신이 간다. 어디에 살아 있는 것 아니냐”며 “왜 군에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해군이 오전 10시20분쯤 브리핑을 하면서 천안함의 함수(뱃머리)는 확인됐지만 선체 후미(선미)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장병들이 몰려 있는 선미에 대한 수색을 게을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선규 일병의 이모부 최순규씨는 “27일 군에서 설명할 당시 침몰된 선체 후미의 위치는 이미 파악해 놓고 구조작업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며 “선체 후미는 찾지도 못한 채 무슨 구조작업을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5시20분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임시 숙소를 찾았지만 “빨리 구조하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김 장관은 “민간과도 협조해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해군 성남함을 타고 이날 오전 8시쯤 백령도 인근 사고해역에 도착한 88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무심한 파도만 바라보며 눈물을 떨구는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체념한 듯 “시신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제대를 1주일 남기고 사고를 당한 이상민(22) 병장의 아버지인 재우씨는 “사고 이틀 전에 ‘별일 없느냐’는 안부전화가 마지막으로 들은 아들의 목소리였다”면서 “부모에게 잘하는 듬직한 장남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살아오지 못한다면 인양이라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늦어지는 수색 작업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문규석 중사의 사촌형으로 실종자 가족 대표인 박형준씨는 “이곳에 와보니 평택에서 군이 브리핑한 내용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이 너무 달라 실망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 형제, 우리 자식들이 아직도 배 밑에서 살려 달라고 선체를 두드리는 모습이 상상된다”면서 “우린 베이스캠프라도 차려서 배를 건지고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종자를 찾으려는 군과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민간인들도 백령도를 찾았다. 한국구조연합회 회원 33명은 오후 1시쯤 스킨스쿠버 장비 등을 갖추고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했다. 정동남 회장은 “군과 해경의 요청이 없었지만 사고 소식을 접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대청도 일부 어민도 해경에 실종자 수색작업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함께하지는 못했다.

평택·백령도=엄기영 김수현 노석조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