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사고 뉴스보고 알아 질문하면 침묵 일관”… 실종 장병 가족들 분노

입력 2010-03-28 19:02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안심시켜야 할 해군이 적대적 대응과 통제로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오후 6시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동원예비군 교육장. 침몰한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질의응답을 일방적으로 마쳤다. 실종 장병 가족에게 사고 현장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뒷문으로 빠져나간 최 중령은 검정 승용차에 탔다. 뒤따라 나온 실종자 가족이 차를 막아섰다. 몇몇 가족이 “(최 함장을) 보내지 말라”며 차 위로 드러누웠다.

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앞뒤로 움직이며 속도를 높였다. 실종자 가족과 취재진이 둘러싸고 있었다.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뱉었다. 차를 밟고 올라선 남성이 조수석 앞 유리창을 발로 내리찍었다. 유리가 내려앉았다. 후진하던 차는 방향을 바꿔 앞으로 급진하더니 더욱 속력을 냈다. 차체에 올라탄 사람들이 5∼10m를 매달려 가다 차례로 떨어졌다. 3명이 나뒹굴었다. 실종자 가족은 “사과해도 시원찮은데 책임자가 어째서 도망치느냐. 함장을 다시 데려오라”며 울부짖었다.

사고 직후 아들과 형제의 생사를 묻는 실종자 가족에게 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족 대부분이 신문과 방송으로 사고 소식을 듣고 평택으로 왔다. 군에서 연락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실종 장병의 어머니 정모씨는 28일 “아들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뉴스를 보고 전날 오전 1시쯤 서울에서 무작정 달려왔다. 아들이 살아 있는지 물어도 군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정씨는 해군회관 복도에서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밤을 새웠다. 군은 27일 오전 7시30분쯤 실종자 명단을 공개했다.

최 중령을 데려오라는 실종자 가족에게 해군본부 정책실장 엄현성 준장은 “기자들이 나가면 다시 부르겠다”며 “기자들은 나가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켕기는 게 없으면 취재를 왜 막느냐”며 “우리와 언론 앞에서 모든 의혹을 떳떳하게 밝히라”고 소리쳤다.

앞서 군은 부대로 들어가려는 실종자 가족을 막았다. 27일 오후 4시45분쯤 해군 제2함대사령부 입구에서 무장한 병사가 총부리를 겨눴다. 가족 50여명이 부대 밖 취재진 앞에서 군의 해명을 촉구하자 비로소 들여보냈다. 군은 가족을 버스에 태워 부대 안으로 데려가면서 취재진 출입은 차단했다.

한 실종 하사관의 가족은 “사고 원인을 설명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궁금한 점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뭔가 드러나면 안 되는 점이 있으니 언론 통제까지 하며 숨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평택=김수현 노석조 기자